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의 정대세가 흘린 눈물이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강팀 브라질과 맞붙게 돼 좋아서 운 것이다. 타임지는 정대세의 눈물을 '2010남아공 월드컵 10대 순간'중 하나로 선정했다.
눈물은 온도와 성분(成分) 차이가 있다. 평생 세 번 이상 울면 아니 된다는 남자이지만 살면서 숱한 눈물을 흘린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간다는 보병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한 남자들은 힘들 때마다 서러워서 울었다. 중년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 가장들은 책임감에 짓눌려 속으로 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눈물의 카타르시스로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거나 낙선한 뒤 흘리는 눈물은 천박한 '악어의 눈물'이 아닐까. 반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배경으로 노무현 후보가 흘린 눈물을 소재로 한 TV 광고는 그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
최고 통치자의 눈물은 국민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정화 기능을 하기도 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총리는 전사자 명단을 들고 소리 내어 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한다. 통치자로서 고뇌의 눈물이다.
1964년 말 서독 뤼브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인 광부들을 위해 탄광에 갔다. 강당에 모인 광부들을 보자 목이 메어 연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열심히 일합시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참지 못한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과 광부, 간호사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가난을 기필코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눈물이었다. 뤼브케 대통령은 손수건을 주며 " 서독 국민들이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돈 빌려줄 나라가 없었던 가난한 한국은 서독에서 1억4천만 마르크를 빌려와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10여 년 전 안동의 어느 중학교 교장실에 육군 준장이 찾아왔다. 중학교 시절 은사였던 교장에게 장군 계급장을 바쳤다. "가난해서 진학은 꿈조차 못 꾸던 저였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장군이 되라'는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눈물이 장군의 볼에 흐르고 있었다. 뒤에 사단장까지 지낸 이 장군의 눈물은 진정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눈물을 흘리면 허약하게 보여 손해를 입기도 한다지만 따뜻한 이미지를 주어 상대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눈물은 언어 아닌 언어이다. 진솔한 감정이 담긴 눈물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삶의 힘이자 치유의 물이다. 사랑과 진솔함이 담긴 자연스런 눈물샘은 깊을수록 좋을 것 같다.
김정모<시사평론가(goldj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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