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을 통해서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다. 먼 옛날 문이 없었던 때로부터 쇠나 나무로 만든 대문으로, 현대에는 자동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문은 호텔이나 대형빌딩 등의 출입구에 주로 설치되었으나 요즘에는 아파트, 음식점, 자동차 문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일반화되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자동문은 약 2000년 전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헤론(Heron)이 증기를 이용하여 신전 문의 개폐에 사용하였다는 것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현대의 자동문의 원리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원리가 바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이용한 것이다.
광전효과는 1905년 아인슈타인(1879~1955)이 발표한 이론인데, 금속표면에 자외선과 같은 빛을 비추면 금속표면으로부터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서로 분리된 전극에 빛을 비추어 보면 전류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 사실로부터 빛 알갱이가 전극에서 전자를 떼어 내 다른 전극으로 전달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빛을 파동으로 보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이론을 통해 자외선이나 X선과 같이 에너지가 강한 전자기파가 어떻게 전자를 금속 표면에서 떨어져 나오게 하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다.
19세기 말까지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는 물질과 상호작용하여 회절과 간섭 같은 성질을 나타내는 파동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빛은 연속적인 파동의 흐름이 아니라 광량자라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입자의 흐름'이라는 광양자설(光量子說)을 발표한 이후 빛이 입자라는 사실은 명백해졌으며, 이 연구로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광양자설은 빛이 파동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며, 빛이 입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양자역학이라는 21세기 물리학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상상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자동문에는 문 부근에 광전관(光電管)이 장치되어 있다. 광전관이란 빛 알갱이의 세기 변화를 전류의 강약으로 바꾸어 주는 장치로 빛의 세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세슘(cesium, Cs)이 부착되어 있다. 세슘에 빛이 닿으면 전자가 튀어 나가는데 빛의 세기에 대응한 전자의 흐름이 전류가 되어 자동문이 개폐된다. 즉 사람이 문에 접근하면 빛이 차단되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개폐하는 모터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자동문뿐만 아니라 TV, 컴퓨터, 태양전지 등 현대 문명의 많은 부분이 광전효과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헤론의 증기를 이용한 자동문이 나온 이후 인류는 더 나은 자동문을 끊임없이 상상해 왔다. '알리바바와 40명의 도둑(아라비안나이트)'이란 책 속에는 도둑의 두목이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자 바위 문이 열려 커다란 동굴이 나타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쓴 사람도 이 책을 읽은 사람도 아인슈타인의 빛 알갱이는 생각조차 못했겠지만, 말 한마디로 열리고 닫히는 자동문을 상상했다. 결국에는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상상이 이끌어낸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많다. 일본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1963)'은 일본의 로봇공학의 방아쇠가 되어 일본을 로봇산업의 메카로 발전하게 했고,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 '아바타(2010)'는 3D 영상산업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여러분은 어떤 문을 상상하고 있나요? 상상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교육제도와 환경의 변화를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멀게만 느껴진다. 김용순(대구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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