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대구경북은 경부축 상에 있는 구미-대구-포항을 연결하는 '대'구'포 산업벨트'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반면 험준한 백두대간에 인접한 경북북부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한반도의 등뼈로 이 대간의 동남부에 경상도가 있다. 조선시대 경상도에서는 선비들과 부보상들이 영남대로를 따라 한양으로 가곤 했는데, 주로 '과거(科擧)길'로 알려진 문경 새재길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어갔다.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신교통수단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일제가 추풍령을 통과하는 경부선철도를 부설하면서였다. 산업화 시절 추풍령을 넘어가는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백두대간이 다시금 뚫리게 되었다. 1980년대에 최신터널공법인 터널보링머신(TBM)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백두대간도 속수무책이었다. 강원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터널을 비롯해서 경북지역에서는 죽령터널의 중앙고속도로, 조령터널의 중부내륙고속도로 그리고 속리산 지역을 통과하는 당진-상주 고속도로가 건설되었고, 올해 말에는 서울-부산을 2시간 18분에 주파할 수 있는 KTX 2단계 구간도 개통될 예정이다.
이렇게 백두대간이 뚫리면서 수도권과 경상도를 연결하는 '관문도시'가 생겨나고 있다. 지금 백두대간에는 김천'상주'문경'영주에 4대 관문이 생겨나고 있다. 김천에는 KTX역과 혁신도시가 들어서게 되고, 15분 거리에 있는 구미와 손을 잡으면, 파워풀한 관문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상주는 도로교통의 요충지로 충청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종시'오송 등과 30분 거리에 있어 기업 유치에 승산이 있는 도시다. 다음은 터널 하나 지나면 충주와 연결되는 문경이다. 문경은 이미 국군체육부대와 대기업연수원'영화세트장 등을 유치해서 관문도시로 착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앙고속도로의 죽령터널을 지나면 영주시 풍기읍인데, 이곳의 동양대학에는 수도권 지역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가 매일 운영되고 있다. 경북북부의 유교문화가 막강한 수도권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훌륭한 정책입안자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살펴서 '세상의 흐름'을 내 쪽으로 끌어들일 줄 알아야 한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지방은 글로벌 트렌드와 중앙정부의 정책 동향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흐름'을 재빨리 파악해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대구경북은 이 세상 읽기에 실패했다.
1960년대에 시작된 우리나라 산업화가 88서울올림픽을 정점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1990년대에 세계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는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각종 첨단산업과 각 분야의 최고 인재들까지 집중돼 있으며,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MB정부는 정부부처 이전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고, 교육'과학'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세종시수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세종시 싸움의 본질을 살펴보면, 충청도의 속내는 기업은 입지가 좋은 충청도에 저절로 오게 되어 있으니, 당초 약속대로 정부부처라는 권력기관을 달라는 것이다. 체면이 손상된 정부는 수정안에서 약속한 국제과학비즈니스 등 교육과학 기능이 세종시에 안 갈 수도 있다 하고, 관련 기업들도 세종시 입주를 보장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세종시 논쟁이 어떤 결말을 보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정부 정책이 변화하는 이 시점에 대구경북은 '세상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대구경북은 충청도처럼 국가기관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에 넘치는 기업과 사람이라도 오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은 '대'구'포 산업벨트'에 기업 유치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들어 지역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의 힘'보다는 '시장의 힘'이 훨씬 위력적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 관문도시로 눈을 돌려 수도권 기업들을 유인하는 전략을 세워보자. 수도권과 접근성이 양호하고, 지가가 저렴한 지역에 공장을 짓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백두대간 관문도시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백두대간의 4대 관문도시를 '관문벨트'로 구축하면 대구경북의 전방에서 수도권을 공략하는 새로운 성장거점이 생겨나게 된다. 대구경북의 북쪽에는 백두대간 '관문벨트', 남쪽에는 '대'구'포 벨트'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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