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동네우물 되살리기] ①독일

뮌헨 수돗물 100%, 광천수 뺨치는 지하수

독일 랑엔아우의 지하수 취수정(사진 아래)이 있는 지역은 오염원이 철저히 차단돼 농사조차 지을 수 없다. 멀리 보이는 집은 취수한 물을 1차로 모으는 집수정이다.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황량한 벌판과 멀리 원자력발전소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사진 오른쪽 나무 뒤로 구름처럼 보이는 하얀 기둥)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최재왕기자
독일 랑엔아우의 지하수 취수정(사진 아래)이 있는 지역은 오염원이 철저히 차단돼 농사조차 지을 수 없다. 멀리 보이는 집은 취수한 물을 1차로 모으는 집수정이다.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황량한 벌판과 멀리 원자력발전소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사진 오른쪽 나무 뒤로 구름처럼 보이는 하얀 기둥)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최재왕기자
랑엔아우 수도사업소(LW) 연구소 입구가 중생대말 백악기에 멸종된 암모나이트 화석으로 장식돼 있어 인상적이다. 비가 내려 세월이 오래 흘러야 지하수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식이다.
랑엔아우 수도사업소(LW) 연구소 입구가 중생대말 백악기에 멸종된 암모나이트 화석으로 장식돼 있어 인상적이다. 비가 내려 세월이 오래 흘러야 지하수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식이다.

'동네우물 되살리기.' 질 좋은 천연암반수가 지천인 금수강산에 살면서 오염된 물을 다시 정화해 마시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먹는 물만큼은 천연암반수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낙동강 오염 사고에 대비해서라도 천연암반수 우물을 만들자. 매일신문과 TBC대구방송, 대구시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생명·환경·문화운동이다. 동네우물되살리기팀은 대구 동네우물 35개를 만들기에 앞서 유럽과 일본을 둘러봤다. 명품 동네우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하수와 우물이 주제지만 강과 호소, 댐, 빙하, 지하수, 눈, 비 등 물과 관계 있다면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 -편집자주

방문지는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 독일의 뮌헨 슈트트가르트 비텔, 프랑스의 오를레앙 비시 에비앙, 일본의 구마모토로 정했다. 동네우물되살리기 주창자인 한국지질연구원 성익환 박사와 권대용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 김흥식 계명대 의대 소아과 교수 등 물 전문가가 매일신문·TBC대구방송 취재진과 동행했다.

인천에서 10여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 내린 곳은 독일 뮌헨. 그들은 뮌첸이라고 발음한다. 맥주로 유명한 그곳은 포항 유치가 확정된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명품 자동차를 만드는 BMW사, 뮌헨관혁악단이 있다. 작곡가 바그너가 활발히 활동한 곳이고, 독재자 히틀러가 나치당에 가입한 곳이기도 하다.

석양에 곱던 뮌헨의 3월 하늘이 갑자기 비를 뿌렸다. 비 내리는 뮌헨공항에 내린 광부와 간호사들은 그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잠시 감상에 젖었다.

유럽이 대개 그렇지만 잦은 비에 그들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 비가 내려도 뛰지 않고 건물에 바짝 붙어 걷는 게 고작이다. 처마 밑에 서있으면 비가 내리는 날은 큰 실례다. 진로방해.

독일에서 맥주가 발달한 연유는 석회수 물을 편하게 마실 수 없어서란 게 통설이다. 그럼 맥주로 유명한 뮌헨이 어째서 '물의 도시'라 불리는 걸까. 비가 자주 내려서? 지하수를 식수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완벽해서? 지하수의 질이 좋아서? 절반은 맞다. 알프스산맥과 뮌헨 사이에 오염원이 별로 없어 지하수의 질이 독일의 다른 도시보다 좋고, 지하수의 식수화 시스템도 우수하다. 수돗물은 100% 지하수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이유는 도심을 흐르는 이자르강(Isar R.)과 풍부한 광천수(鑛泉水·mineral water)에서 찾아야 한다. 알프스산맥에서 발원한 이자르는 257㎞를 흘러 도나우강에 닿는다. 강폭이 좁아 유속이 빠르다. 이 때문에 알프스의 눈이 녹는 봄이나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에는 홍수를 걱정해야 한다. 이자르의 폭이 원래 그렇게 좁았던 건 아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에 의해 좁아졌다.

뮌헨시는 2000년 이자르 재생 계획을 내놨다. '큰 이자르'는 그대로 두고 '작은 이자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해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준설로 강폭도 넓혔다. 직선이던 강은 자연스레 'S자'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강 이자르는 이제 뮌헨 시민들이 쉬고 즐기는 친근한 강으로 바뀌었다. 그게 물이다.

광천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가장 풍부하다고 한다. 뮌헨이 '물의 도시' '강의 도시'라 자랑할 자격이 있다.

식당에서 뮌헨의 맥주 맛을 음미하다 생수 사스키아(Saskia)를 만났다. 유럽에서 처음 만난 생수 이름이 여성, 그것도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여인이다. 1.5ℓ 한 병에 6유로. 우리 돈으로 9천 원이다. 사스키아에는 칼슘(Ca) 46.2㎎, 마그네슘(Mg) 6.8㎎, 나트륨(Na) 24.2㎎이 녹아있다고 크고 선명하게 표기돼 있다. 생수병 미네랄 함유량 표기가 깨알같아 눈 나쁘면 돋보기라도 들이대야 하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아쉽게도 뮌헨의 지하수 식수화 시스템은 살펴볼 수 없었다. 마침 '세계 물의 날'이어서 물 담당자들이 이방인에게 시간을 내줄 여유가 없었다.

숙소인 머큐어호텔은 뮌헨 외곽에 위치했지만 차도, 자전거도, 인도가 잘 정비돼 있기는 도심과 매한가지다. 특히 널따란 공원과 차도와 자전거도 사이의 나무가 심겨진 화단은 빗물의 지하수화를 돕는다. 콘크리트에 포위된 우리나라의 가로수를 생각하면 애처롭다.

뮌헨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랑엔아우(Langenau)로 갔다. 프랑스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까지 우리 일행을 데려다주는 임무를 맡은 벤츠 전세버스를 탄 채다. 도나우강(Donau R.) 유역인 랑엔아우는 주민 8천여 명이 사는 작고 아름다운 농촌 마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일대와 100㎞ 떨어진 슈투트가르트의 식수 50% 등 300만 명분의 수돗물을 제조·공급하는 수도사업소(LW·Landeswasserversorgung)가 이곳에 있다.

LW는 마을에서 뚝 떨어진 도나우 습지에 위치,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됐다. 14㎞ 정도 가면 도나우강이다. 우리 일행이 LW에 도착하자 홍보담당 베르나르드 뢰를레(50) 씨는 "세계 물의 날에 귀한 한국의 물 전문가가 왔다"며 반겼다. 10년 넘게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는 뢰를레 씨는 "중국인이 한 번 찾은 적 있으나 한국인은 처음"이라고 했다.

수돗물의 원료는 70%가 지하수이고 30%가 도나우 강물이다. 지하수와 지표수를 섞어 수돗물을 만드는 것. 다음 방문지인 슈투트가르트도 지하수 50%와 지표수인 보덴호 물 50%를 섞어 수돗물을 만든다. 강물은 정화하고 지하수는 염소 소독만 간단히 한다. 지표수인 낙동강 물과 운문댐 물을 각각 고도정수처리해 수돗물을 만드는 대구와 많이 달라 이채롭다.

랑엔아우 일대에는 연평균 1천30㎜의 비가 내린다. 빗물은 일부 개울과 강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대부분(769㎜) 드넓은 대지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 그렇게 땅이 넓다.

지하수는 생명수이기 때문에 보호구역도 설정돼 있다. 지하수보호구역은 랑엔아우 지역 50㎢를 포함해 모두 250㎢(7천500만 평)나 된다. 대구의 3분의 1보다 조금 좁다. 보호구역에는 공장 등 오염원이 없다. 건축 행위가 제한되기도 한다. 특히 취수정 반경 5㎞ 안에서는 농사조차 지을 수 없다. 농사를 지으면 가축분뇨 농약 등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될 우려가 있어서다. 그래서 그들은 항구적으로 생명수를 향유할 수 있다.

랑엔아우의 지하수 개발은 100여 년 전에 시작됐다. 10년 전 220번째 취수정을 뚫었다. 220개 관정에서 연간 3천만~5천만㎥의 지하수를 퍼올린다. 3천만㎥는 대구가 퍼올리는 지하수 양이다. 퍼올린 지하수를 그들은 식수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목욕물이나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취수정의 깊이는 12m로 그리 깊지 않다. 도나우강이 범람해 만들어진 습지여서 그 정도면 된다 한다. 지하수 나이는 20년 정도다.

사람은 물론 가축조차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취수정으로 뢰를레 씨가 우리를 안내했다.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받은 이후여서 더욱 고마웠다. 취수정 일대는 너무도 아름답다. 소똥처럼 보이는 게 여기저기 보여 농사까지 금지한다는 설명과 다르구나 생각하는데 두더지가 판 흙이란 설명이다. 흙이 검어 영락없는 소똥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협찬: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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