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돌꽃(김세환 지음/북랜드 펴냄)

나는 누구의 '감초' 였던가

'약방의 감초. 한약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감초인데, 쓴 약을 달게 만들어 먹기 좋게 하거나, 오장육부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약물중독을 중화시키거나 해독한다. (중략) 내 유년의 하루는 감초였다. 모유를 뗀 이후 그 오묘한 단맛의 유혹을 버리지 못해 즐기던 간식이다. 삼 년 만에 얻은 맏집 종손이라 내 출생 역시 감초였다. 그래서 내 유년의 날들은 감초처럼 노란 단맛이었다.'

지은이가 후기를 대신해 쓴 산문이다.

지은이는 성장하면서 감초의 단맛을 잃어버렸는데, 학교 선생으로 부임해 간 산골 마을에서 다시 감초가 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순수하기만 한 아이들, 가난하지만 눈빛이 맑은 아이들은 선생님을 무공해 감초로 봐 주었고, 그 덕에 이미 단맛을 잃어버렸던 지은이는 다시 '감초'가 될 수 있었다.

시집 '돌꽃'에 묶인 시들은 '누군가에게 감초가 되었던 시인의 삶, 시인의 삶에 감초가 되었던 또 누군가의 삶'에 관한 시들이다. 어떤 이는 해풍이 쓸고 간 바다 냄새를 풍기며 다가왔고, 어떤 이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여기에 묶인 시들은 시인이 만나고 헤어졌던 모든 감초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쓴 시인 셈이다. 그래서 '돌꽃'에 묶인 시들은 유년의 기억이고, 장년의 삶이고, 지나온 추억이며, 살아갈 날들에 대한 작은 기대에 해당한다. 서정적인 시들이다.

지은이 김세환은 1946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신라문화제 일반부 시조 장원(1966),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1975)했다. 한국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08쪽, 7천원.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