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가 '노령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이나 먹는 것쯤으로 여겼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과자도 성인 입맛에 맞아야 '대박상품'으로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자의 주소비연령층의 변화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예전에는 전체 과자 매출의 30%에 불과했던 성인 비율이 200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어린이 소비율과 맞먹더니, 이제는 성인 대 어린이 비율이 6대 4로 역전됐다.
◆과자 먹는 어른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치킨과 더불어 때아닌 호황을 누린 제품이 있다. 바로 스낵류. 과자 먹는 성인이 증가한데다 짭조름한 맛이 맥주 안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때이른 무더위로 맥주를 찾는 인구가 늘면서 스낵류의 매출 역시 덩달아 증가했다. ㈜오리온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열렸던 지난달 17일까지 스낵 제품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내 2009년 매출이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과자 먹는 성인의 증가는 제과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택이다. 제과업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성인 시장을 본격적인 타깃으로 잡고, 칼로리와 단맛은 줄이고 포장은 고급화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저출산 등으로 과거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 시장규모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성인을 타깃으로 해 대박을 터뜨린 제품은 '자일리톨껌'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껌의 주요 소비자는 맛과 향을 중시하는 10대였지만 자일리톨껌은 '치아건강'을 강조하면서 성인층을 파고들었다. 또 포장용기를 크고 고급스럽게 바꾸면서 가방속에나 넣고 다니던 껌을 사무실이나 차량 등에 상비할 수 있게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추억 vs 신제품
새우깡, 꿀꽈배기, 포카칩, 왕고래밥, 오징어땅콩, 치토스 등은 수십 년을 사랑받아온 제과업계의 장수 인기상품이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 5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제품 30여 개를 확인한 결과 수십 년 이상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들이 최상위에 랭크됐다. 아무래도 '과거의 향수'를 기억하는 성인들의 입맛에는 '그때 그맛'이 가장 친숙한 제품이기 때문.
최근에는 포장과 원료의 리뉴얼 등을 통해 어린이들의 사랑까지 함께 독차지하는 이중화 전략을 펴고 있다. '노래방 새우깡' 등으로 포장단위를 다양화하는 한편, '쌀새우깡' 등의 개발을 통해 옛맛에 익숙한 성인층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새로 개발되는 제품들은 기능성과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자로 영양을 설계한다'는 콘셉트로 성공한 '닥터유'가 대표적이다. '달지 않은 통밀케이크' '과일 담은 뷰티밸런스바' '가벼워지는 99칼로리바' 등 제품명에서부터 원재료와 영양을 강조한 닥터유 제품은 2008년 출시 이후 웰빙트렌드를 타고 누적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고급 과자는 일반 제품보다 2, 3배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대박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밀가루나 설탕 대신 쌀, 꿀, 호박, 브로콜리, 발아현미 등 천연재료를 사용했으며, 인체에 유해한 화학첨가물도 배제한 것이 주효했다.
◆광고도, 마케팅도 성인 중심으로
주 타깃이 성인으로 옮겨가면서 주로 오후 5~7시 어린이 만화 시간에 집중됐던 과자 TV CF도 성인시간대로 옮기는 추세다. 롯데제과의 경우 과거 만화 시간대에 총매출 대비 광고비가 20%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10% 정도로 줄었다. 반면 오후 7시 이후 광고 분량은 과거 50% 정도에서 60% 이상으로 증가했다.
포장도 성인 취향에 맞게 바뀌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기존의 종이로 된 껌 포장지를 사각 철 케이스로 바꾼 '내츄럴치클'껌을 선보였다. 사각 슬라이드 형태의 케이스는 핸드백 속에 껌을 주로 가지고 다니는 여성들을 공략한 것으로, 껌을 다 씹고 난 이후에도 쿠폰을 담아 다니거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마켓오의 '리얼브라우니'는 지난 4월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시식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요원으로 여성 대신 잘생긴 남성들을 기용하는 신선한 마케팅으로 여성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리얼브라우니는 정제 가공유지나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코코아 매스와 식물성 코코아 버터로 만든 순수 초콜릿을 사용한 제품으로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마켓오 관계자는 "훈남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된 지난 시식행사를 통해 매출이 두 배 이상 상승한 매장도 있었다"며 "기존의 주부사원들을 활용한 마케팅보다 훨씬 주효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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