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5월 10일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에서 지식인, 작가 130여 명의 '비독일적' 저서 2만 5천여 권이 불살라졌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의 지시로 만들어진 금서(禁書) 블랙리스트에 기초해 독일학생회가 기획한 문화적 청소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였다. 불길 속에 던져진 책은 마르크스, 토마스 만, 브레히트,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등 독일 지식인뿐만 아니라 에밀 졸라, 헤밍웨이, 헬렌 켈러 등 외국 유명작가의 책도 들어있었다.
독일 학생들은 이미 바이마르 공화국 때부터 우익의 주요한 인적자원이었다.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대학 내 소수의 극렬분자를 포섭해 전문적인 활동가로 양성했다. 이들이 학생단체를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캠퍼스는 반유대주의로 넘실댔다. 대부분의 독일 학생사회는 1914년 이전에 유대인을 추방했다. 1919년에는 '아이제나흐 결의문'를 통해 "유대인에 대한 인종적 거부감은 극복할 수 없으며 세례를 통해서도 제거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히틀러는 당시 독일 대학생의 이런 정신적 오염을 조장하고 이용했다.
마오쩌둥(毛澤東)도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면서 어린 학생의 '야만성'을 적극 이용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확고한 태도로 일을 해나갈, 정치 경험이 있고 결의가 굳은 젊은이들이다." 홍위병으로 불린 어린 깡패들은 마오의 이런 교시를 업고 파괴, 살인, 반인륜의 혼란 속으로 중국을 몰아넣었다. 류샤오치(劉少奇) 국가주석을 포함, 약 40만 명이 홍위병에 의해 살해됐다. 경제는 파탄 났고 문화유산은 파괴됐으며 예술과 학문은 질식했다. "지금 대학생은 중학교 교재로 배우고 있다. 사실 대학생의 학문 수준은 초등학교 수준이다." 당시 칭화대학 총장이 마오에게 보고한 중국 대학의 현실이다.
중'고생 인권운동단체 '아수나로'가 일제고사 거부와 교원평가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설 모양이다. 여기에 전교조와 평등학부모회가 동참한다고 한다. 시간을 아껴가며 배움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경쟁교육 반대를 내걸고 거리로 나서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부추기는 전교조의 자세는 더 문제다. 학생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은 반(反)교육적 포퓰리즘이다. 싫고 힘들어도 참아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더 못 봐주겠는 것은 교원평가 반대라는 집단 이기를 위해 학생을 거리로 불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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