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5천472억원. 역대 최대치다. 한국 영화 매출액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1% 증가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관객이 줄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나 줄어든 반면 극장 요금은 지난해 평균 6천600원에서 올해 7천880원으로 1천280원이나 올랐다.
월드컵으로 인해 관객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체 관객수로 볼 때 올 6월은 5월보다 270만 명가량 관객이 줄었다. 하지만 6월 한국영화 관객은 5월에 비해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방자전'과 '포화 속으로'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었지만 관객이 감소한 것은 영화관의 요금 인상과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3D의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가장 많은 관객이 본 한국 영화는 542만명을 기록한 '의형제'였으며 '전우치' '하모니' '방자전' '하녀' 등이 전체 흥행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흥행 키워드를 통해 상반기 영화계를 뒤돌아본다.
▶'2위의 힘'…한국 영화 2위 전략 '먹혔다'=올 상반기에는 한 영화가 1위를 장기간 독식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총 26주 동안 정상에 올랐던 영화는 모두 14편. 지난해 상반기 20편에 비하면 올해는 일부 영화의 장기 집권 경향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3주 이상 1위를 지켰던 영화가 '아바타' '의형제' '타이탄' 등 3편. 특히 상반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힘이 거셌다. 1월의 '아바타' 3월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4월의 '타이탄' 5월의 '아이언맨2'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정상을 차지했다.
'아바타'가 1위를 지킬 동안 '전우치'는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하모니'는 '의형제'와 더불어 300만 명을 동원했고, '베스트셀러'도 개봉 2주차에 경쟁작이 없는 틈을 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영화는 단 9주간만 정상에 올랐지만, 한국 영화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1위보다 2위, 3위를 지키며 선전한 때문이었다.
▶'3D의 힘'…'아바타' 등 줄줄이 개봉=상반기 흥행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할리우드 영화 5편 중 4편이 3D 버전 상영을 병행했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개봉된 '아바타'는 올해 들어서도 3D 아이맥스관의 경우 종영하는 날까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비롯해 애니메이션의 3D 바람도 거셌다. 여기에 지난주 개봉한 '슈렉 포에버'와 개봉 예정인 '토이 스토리 3' 등도 3D로 개봉해 당분간 3D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로 촉발된 3D 바람은 한국 영화의 과제가 됐다. 멜로 영화 '나탈리'를 시작으로 몇몇 한국 3D영화들이 개봉 예정으로 올 하반기는 한국 3D 영화의 성공을 가늠해 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힘'…'방자전' '하녀' '타이탄'= '전우치' '방자전' '하녀' 등 올 상반기에 2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모두 '원작 비틀기'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개봉하면서 덩달아 김기영 감독의 원작이 관심을 끌어 극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방자전'은 고전 춘향전을 재해석해 현재 관객의 트렌드에 맞게 내놓았다. 익숙한 소재를 재해석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기획력과 함께 현재 관객의 성향 분석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흥행 10위권에 든 할리우드 영화 '타이탄'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신화를 가공하고, 동화를 재해석해 관객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19금의 힘'…성인 영화 마케팅 여전히 '유효'='19금' 영화가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다. 주 관객층인 10대를 배제한 흥행에 위험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는 '19금' 영화의 선전이 돋보였다. '하녀'와 '방자전'은 주부를 비롯한 30대, 40대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했다.
그러나 단순한 성인 영화가 아니라 작품성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쉽게 벗는' 선정적인 노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성에 대한 담보와 참신성 등이 동반되어야만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 상반기 국적별 편중도 심해졌다. 국적별 관객 점유율을 보면 한국 영화가 43.1%, 미국 영화가 52.6%다. 미국을 제외한 외국 영화는 4.3%에 지나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나고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즌으로 시작되는 하반기에도 개봉을 앞둔 대작 영화들이 눈에 띈다. 한국 영화 중에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국 영화는 '인셉션'과 '마법사의 제자', '솔트' 등 여름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편 9월에는 '아바타' 감독판이 재개봉, 또다시 '아바타'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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