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가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계기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고향이 영덕이고, 공직윤리지원관실에 TK 출신이 많다는 점을 빌미로 TK 인맥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관계기사 3·6면
칠곡 출신으로 오성고를 졸업한 박영준 국무차장과 포항 출신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타깃이다. 야권은 박영준을 넘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까지 전선을 확장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공기업 인사를 담당했던 이승균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공격도 거세다.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과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김대식 전 전남지사 후보 등 충청 호남 출신까지 박영준 라인으로 분류해 TK가 마치 악의 뿌리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인물 물갈이부터 하는 게 관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포항 출신이고 이명박 정권 창출에 TK가 가장 큰 공을 세운 만큼 TK를 발탁해 전진 배치하는 것은 어쩌면 순리다. 정권 출범 초기 TK 발탁의 중심에 박 차장이 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 차장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의 견제를 받아 한동안 야인 신세가 되는 등 힘을 잃었다. 이상득 전 부의장도 '형님 예산' '만사형통'(萬事兄通) 공격에 2선으로 물러났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두 사람에게 대구경북에서는 "이제 집권 후반기가 된 만큼 제역할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견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15년간 TK 공직자는 숨을 죽여야 했다. 고향을 감추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은 TK죽이기로 노태우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대중 정권에서는 호남 천하였다. 국정원 호남지부 전 인원이 본부로 올라왔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지원 속에 전북 출신이 두드러진 혜택을 입었다. 당시 청와대에는 공무원과 정무직을 통틀어 TK는 20명도 안 됐다.
그런 TK가 이명박 정권 들어 약진하자 견제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보면 TK, PK(부산경남), 호남이 권력 다툼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수도권이란 새로운 지역 세력이 생기고 있다. TK의 약진은 타지역의 손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영포회 논란이 권력다툼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청와대와 내각 인사를 목전에 두고 있어 그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TK가 이처럼 궁지에 몰리고 있는데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란 아마추어식 범죄를 비호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몇몇의 고향이 대구경북이라고 TK가 싸잡아 공격당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방어에 나서지 않는 데는 TK의 내부 분열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로 친이-친박의 분열이다. 친박계가 다수인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박 차장과 이 부의장 등 정권 실세가 공격당하는 것에 대해 방관을 넘어 고소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TK가 막무가내식으로 공격당하고 이명박 정권이 성공하지 못하면 장래 TK의 설 자리조차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왕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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