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하다. 생활 속 스트레스는 자꾸만 기운을 빼앗아간다. 머릿속도 먹구름이 잔뜩 낀 듯 생각은 막막하기만 하다. 때론 풀썩 주저앉아 그대로 쉬고 싶지만 그럴 수만도 없다. 무언가 내 삶을 받쳐줄 청량제가 필요하다. 그게 뭘까?
여기 행복전도사의 말에 따르면 생활 청량제는 다름 아닌 '웃음'이다. 영남대병원 91병동. 이른바 정신과 병동 정혜란(52) 수간호사가 주인공이다. 그가 전한 웃음을 통해 환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고 답답하던 병동분위기도 어느 곳보다 밝게 바꿔 놓았다. "하하하~ 호호호~." 단지 한번 따라 웃었을 뿐인데 생각이 변하고 마음이 편해졌단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임상치료에 적용한 정 씨의 경험을 좇아 웃음의 효과와 능력에 대해 들어본다.
"웃음은 환자의 면역력 강화와 매사 긍정적인 마인드를 형성해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최근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까지 자리 잡아가고 있죠."
억지로라도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 뇌에서 면역강화물질인 엔도르핀이 생성, 기분전환 효과는 물론 자살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줄이는 기능을 한다는 것.
그가 웃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올해로 간호사 생활 28년째 접어든 정 씨는 오랫동안 정신과 병동에서 일하다 보니 항상 상담과 약물투여 같은 일상이 너무 정적이고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뭔가 이런 분위기를 바꿔 볼 방법이 없을까. 그때 떠오른 것이 친정어머니의 웃음소리였다.
"제 어머니의 웃음소리는 그야말로 명품이었죠." 어려운 형편임에도 7남매를 키우며 난관이 닥칠 때마다 어머니는 크게 한번 웃음 짓는 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승화시켜 나갔던 게 떠올랐다. 우울한 기분의 환자는 의료인과의 눈맞춤도 피하는 경향이 짙다. 처음엔 어색했으나 정 씨가 먼저 웃음으로 환자에게 다가갔다.
"제 인상이 펴지니까 환자들도 따라서 웃음을 조금씩 찾기 시작하더군요." 그게 2003년의 일이다. 내친김에 그는 지역 간호사 15명과 함께 웃음치료에 대한 모임을 주도했다.
일정기간 교육 후 2005년부터 임상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웃음을 퍼뜨렸다. 2주에 한번꼴로 정신과 환자들과 말기암환자, 그 가족을 대상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힘든 상황이 없지 않았지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 환자들은 따라 웃기 시작했고 힘든 투병생활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웃음마저 힘이 든 환자들도 있죠. 그럴 때는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해 쉬게 하거나 풍선을 이용한 가벼운 몸놀림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어떤 환자와 가족은 갑자기 찾아온 웃음을 주체 못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웃음과 울음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옆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그에게 웃음은 삶의 힘이요, 생활의 활력소이자 마음을 여는 창구인 셈이다. 환자들에게는 웃음치료 시간이 고통과 힘든 투병의 시간을 잊게 해 이제는 되레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고 정 씨는 전했다.
현재 영남대병원 정신과에서는 매주 월요일을 펀(Fun)데이, 금요일을 스마일(Smile)데이로 정해 7명의 간호사와 6명의 보호사가 함께 귀여운 머리띠와 나비넥타이를 착용해 스마일 티셔츠를 입고 환자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웃음잔치를 벌이고 있다.
효과는 대만족이다. 그는 특히 40, 50대의 우울증 환자들에게 웃음치료는 가히 선풍적이다. 모두들 "속이 후련하다"며 입꼬리를 귀에 달기 바쁘다고 귀띔했다.
사실 정혜란 수간호사는 웃지 않는다면 조금은 권위적이거나 엄한 얼굴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웃음치료를 시작하고부터 주변에서는 그의 얼굴이 많이 편안해졌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실제 본인도 마음이 즐겁고 늘 사고가 긍정적인 면으로 흐른다고 했다.
"처음에 환자가 따라 웃지 않아 일부러 스티커를 준비해 얼굴에 붙여가며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연지, 곤지처럼 붙은 옆 환자의 스티커 얼굴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환자들의 미소가 제게 큰 힘이 된거죠."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웃음은 투병 중인 환자의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다. 하물며 일상의 우리가 억지로라도 웃지 말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