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어민 교사 검증시스템 없다…자격시비 예고된 문제

정부, 지자체 정책적으로 장려…채용은 학교 자체서 서류만 심사

원어민 영어 교사들의 일탈이 심각하다. 외국인 영어 교사 및 강사들의 성추행과 마약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교육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이 제출한 '외국인 영어강사 범죄현황'에 따르면 2007년~2009년 8월 경찰에 검거된 외국인 영어 강사는 274명에 달했고, 범죄유형 또한 절도·마약·폭력·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격 미달 원어민 영어 교사

3일 대구 A초등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원어민 영어 교사 M(56)씨는 교실 청소를 하러 온 6학년 남학생 2명을 성추행했다. 경찰 조사결과 M씨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4명의 남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초교마다 학부모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7일 오후 2시쯤 대구 B초교. 학부모들은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 나오는 학생들 사이로 '내 자녀'를 찾느라 분주했다.

함량 미달의 원어민 교사가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해 대마 성분이 함유된 대마쿠키를 밀수입한 혐의로 원어민 강사가 인천에서 구속되고 같은 달 24일에는 대마초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교포출신 영어강사가 붙잡히기도 했다. 2007년엔 살인 혐의로 수배된 미국인이 초교생 원어민 교사로 일해 물의를 빚었고, 수업시간 중 지폐로 대마초를 피우는 방법을 알려준 원어민 교사까지 나와 사회문제화 됐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상담실장은 "영어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장기적인 계획과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 없이 원어민 보조교사를 아무나 데려오다 보니 실력검증이 안 되고 중도 이탈, 범죄 문제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증 시스템이 없다.

원어민 영어 교사의 범죄 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온 나라가 영어 열풍에 휩싸여 인력을 급하게 구하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회화지도(E-2) 비자를 통해 대구경북에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모두 1만8천여명이다. 이중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893명(대구 248명, 경북 645명)에 이르고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검증시스템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서류상으로만 평가하고 있는 실정. 현재 원어민 영어 보조 교사의 경우 국립과 사립 초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학교 자체위원회에서 선발한다.

나머지 일반 공립과 중·고교는 교과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이뤄진다. 성추행 파문이 인 대구 A초교 원어민 교사의 경우도 대학 졸업 증명서, 교사 자격증, 건강 검진서, 범죄 행위 조회서 등 서류상 결격 사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이 알아서 채용하는 원어민들도 상당수라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고 학위나 교사자격증을 위조해도 학교에서 눈치채기 힘들다"며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관리에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는 8일 "무분별한 영어공교육 강화로 원어민 교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질우려는 예견된 것이었다"며 "돈벌이를 위해 잠시 오가는 원어민을 활용하는 것보다 우수한 내국인 영어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대구경북 연도별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추이

경북 대구

2007년 120 104

2008년 281 125

2009년 505 145

2010년 645 248

(자료 :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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