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추행 알고도 3일뒤 신고… 원어민교사, 해외도피

대구 A초등학교 남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원어민 교사(본지 7일자 10면 보도)가 경찰 수배 전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와 경찰의 늑장 대응이 비판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성추행 사실을 안 지 3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수사 지원을 요청했고, 성추행 원어민 교사는 신고 하루 전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도 학교 측 신고 접수 후 다음날 수사에 착수해 원어민 교사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

7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대구 A초등학교에서 남학생 4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원어민 교사 M(55)씨가 이날 오전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것. 경찰은 피해 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한 자술서와 경찰 조사 내용을 첨부해 이날 낮 1시쯤 법무부에 M씨의 출국 정지를 요청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결과 M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성추행 피해를 확인한 지 3일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M씨에게 성추행당한 피해 학생들은 이달 3일 학교에서 자술서를 작성했지만 학교 측은 6일 오후 4시 15분쯤에야 여성·학교폭력피해 원스톱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 및 수사지원을 문의한 것. 그 사이 M씨는 학교 측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다 5일 사표를 제출하고 연락두절됐다.

경찰 수사도 이튿날에야 시작됐다. 경찰은 6일 학교 측 전화 후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7일 오전에서야 형사들을 학교 및 용의자 주거지에 배치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대구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를 통해 피해 아동 및 학부모들을 조사했다. 피해 조사 내용도 없이 출국 금지를 요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M씨의 한국인 아내 등 주변 인물들과 일본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통해 M씨 소재를 확인하는 한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