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콩] 여름철 건강지킴이-다양한 콩요리

무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자칫하면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조상들이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름철 보양식을 즐겨 먹은 이유다. 하지만 비싼 보양식을 매일 먹을 수는 없는 일.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보양 효과가 있는 것은 없을까. 값싸고 영양도 풍부하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는 식품으로 전문가들은 주저없이 콩을 꼽는다. 여름철 건강지킴이 콩의 변신과 다양한 콩요리에 대해 알아봤다.

◆콩국수

콩으로 만든 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여름 별미다. 우리나라에서 콩국수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1800년대 말 저술된 조리서 '시의전서'(時議全書)에 콩국수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200년 전부터 콩국수를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의전서'에는 '콩을 물에 불린 다음 살짝 데치고 갈아서 가는 체에 걸러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밀국수를 콩국에 말고 그 위에 채소 썬 것을 얹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지금의 콩국수 조리법과 동일하다.

대구에는 콩국수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 여러 곳 있다. 북구 침산동 CBS방송국 인근에 위치한 '칠성동 할매콩국수'도 그 중 하나. 원래 칠성시장에서 간판없이 장사를 하다 이전한 뒤 간판을 달았다고 한다. 사시사철 콩국수 하나만 달랑 내지만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여름철이면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의 콩국수는 직접 경매를 통해 받아온 국산콩으로 만든다. 콩국은 죽같이 걸죽하지만 비린 맛이 없고 고소하다. 고명으로 얹혀 나오는 호박과 김이 콩국수의 구수함을 더해 준다. 반찬은 고추와 마늘, 된장이 전부지만 콩국수의 진한 맛에 반한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콩국수 왜 여름에 많이 먹을까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통해 체내의 질소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 섭취가 어느 계절보다 중요하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의 보고다. 조상들이 여름에 콩국수를 즐겨 먹은 이유다. 또 콩에는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지방 등의 영양소뿐 아니라 이소플라본, 레시틴 같은 성분도 많아 여름철 건강증진에도 안성맞춤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대한폐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폐경 여성 30명을 세 그룹을 나눠 6개월 동안 각각 100㎎, 150㎎, 200㎎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하게 한 뒤 호르몬 변화와 폐경기 증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83.8%가 안면홍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으며 69.2%는 전신 피로감 개선, 54.5%는 관절염 개선 효과를 보았다고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콩 35g에는 50~100㎎, 두부 1모에는 150㎎, 두유 1팩에는 30㎎, 된장 15g에는 5.5㎎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있다.

레시틴은 신경전달물질인 콜린의 기능을 회복시켜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콜린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콩의 레시틴 함량은 육류나 달걀에 비해 서너 배가 높다. 한의학적으로 콩국의 주재료인 대두는 오장을 보해 주고 경락의 순환을 도우며 장과 위를 따뜻하게 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콩은 좋은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단단한 질감으로 인해 소화 흡수율이 낮은 것이 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상들은 콩국수, 청국장, 두부 등 다양한 형태로 콩을 섭취했다.

◆콩, 요리에 빠지다

콩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요리들이 개발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두부샐러드, 두부아이스크림, 두부스테이크 등 신메뉴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두부샐러드는 조리법이 간단해 집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식품업계에서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침식사 대용식을 내놓았다. 풀무원의 '순동부묵'은 식물성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이 고루 함유돼 있는 저칼로리 웰빙식품. CJ제일제당의 'CJ모닝두부'는 떠먹는 두부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콩요리 전문점도 콩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대구 중구 봉산동 구유신학원 인근에 위치한 손두부전문점 '콩마을'은 차별화된 메뉴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주변에 봉산문화거리가 있어 지역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이곳에서는 콩국수, 청국장 외에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두부채밥, 순두부 잔치국수, 순두부 청국장 등을 맛볼 수 있다. 두부채밥은 묵처럼 두부를 채썰어서 밥과 함께 낸 것으로 두부의 질감이 무르고 맛이 고소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요리다.

'콩마을'만의 메뉴가 탄생하기까지는 주인인 이경식(48) 씨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몇 년 전 간수(두부 만들 때 사용하는 응고제) 대신 감식초를 사용해 감식초 손두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감식초의 시큼한 맛 때문에 상한 두부를 내 놓는다는 손님들의 불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상한 두부가 아니라 몸에 좋은 감식초를 사용한 두부라고 일일이 설명해도 손님 모두를 납득시킬 수 없어 결국 감식초 손두부 생산을 중단했다.

'콩마을'에서 사용되는 두부는 모두 주인이 콩을 불린 뒤 가마솥에 삶아 만든 것이다. 콩은 농사를 짓고 있는 밀양 고향집에서 가져온 국산콩이다. 청국장도 고향집에서 띄운 것을 사용한다. 두부 만드는 과정은 맷돌 대신 기계, 장작불 대신 가스불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통 방식 그대로다. 손님들이 두부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해 신뢰를 높이고 있다.

팔공산 파계사 삼거리 인근에 있는 '콩이야기'도 2004년 문을 연 이래 콩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로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콩을 주제로 한 식당인 만큼 주인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콩이다. 이 집에서 사용되는 콩은 대부분 계약을 맺은 영주의 생산농가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콩이야기'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콩국수, 콩칼국수, 청국장과 영양콩돌솥밥, 콩죽 등 다양하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콩코스요리'. 콩야채샐러드, 콩전, 두부파전, 두부생나물무침, 두부고추장불고기, 오리훈제, 콩국수 등이 차례로 나온다. 콩야채샐러드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무공해 채소 위에 콩소스를 얹은 것으로 맛과 영양 모두 뛰어나다. 콩전은 밀가루 대신 콩가루, 두부파전은 밀가루 대신 으깬 두부를 사용해 부친 것이 특징이며 청국장은 국산콩으로 직접 띄운 것이다.

◆올바른 콩 섭취법

몸에 좋은 콩이지만 섭취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콩이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된장이나 청국장 같은 찌개의 경우 염분 농도가 높기 때문에 과다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위암 발병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된장과 청국장은 될 수 있으면 묽게 끓이는 것이 좋으며 김치 등 염분을 높일 수 있는 부재료도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은 조리법이다.

콩국수를 먹고 배탈 증세를 보이거나 두유를 먹으면 속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바로 콩 속에 있는 인히비터 성분 때문이다. 인히비터는 소화를 방해하고 단백질 흡수를 막으며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히비터는 가열하면 없어지기 때문에 날콩을 먹는 것은 삼가고 잘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청국장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는 것도 금물이다. 콩 성분이 우유에 함유된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의 무기물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유뿐 아니라 치즈 등 칼슘이 많은 식품은 콩과 함께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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