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人生流轉)이듯 음식도 돌고 돈다. 초'중'말복 시즌이 되면 점심 때 삼계탕이나 각종 보양탕이 당기다 또 저녁에는 갑자기 매운 찜이나 떡볶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인생이 맑았다 흐렸다 하듯 음식 맛도 싱거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이 돌아가며 입맛을 당긴다. 지난 2주 동안 누룽지 백숙과 돼지 편육, 콩국수를 소개했기 때문에 매운 음식이 당길 때도 됐다. 이왕 가는 김에 확 매운 맛으로 가 본다. 주꾸미를 맵게 조리한 '신(辛)쭈꾸미'다. 매운 맛에 절로 소주가 당긴다. 이 식당에 오는 주당들은 주꾸미 1인분을 시켜놓고 1인당 평균 소주 한두 병은 마신다. 매운 주꾸미가 소주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술맛을 당기며, 술을 못 마시는 여성이나 어린이들은 탄산음료로 그 기분을 배로 느낄 수 있다. 1천원만 더 주면 볶음밥이 나오기 때문에 저녁식사로도 그만이다.
이번 주 단골손님은 젊은 미식가이자 주당들인 나이스 정보통신 직원들이다. 이 식당과 같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30대 젊은 직장인들과 함께 주꾸미의 매력 속으로 빠졌다.
21세기 첨단 직장인 정보통신 쪽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들은 매주 한 번 이상 이 식당을 찾는다. 특히 술을 좋아해 흔히 하는 말로 '죽이 착착 맞는' 이들 젊은 주당들은 퇴근시간 즈음 주꾸미 얘기만 나와도 군침을 삼키며 소주잔을 꺾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정도. 신용카드 조회기, 적립카드 시스템, CCTV 등 첨단 정보통신 쪽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주꾸미 예찬론은 이랬다.
이상동(37) 부장은 "가격 대비 양이 많은 편이고, 그렇게 심하게 맵지도 않으면서 입맛을 살살 당겨주는 맛에 반했다"며 "일단 왔다 하면 주꾸미 맛에 홀려 소주 2병은 기본으로 마신다"고 말했다. 이날 온 5명의 단골손님 중 나름 미식가라 자평하는 손영탁(36) 과장은 "주꾸미가 싱싱해 낙지보다 더 쫄깃하고 약간 매운 양념이 잘 어우러져 낙지볶음이나 복불고기보다 더 맛있다"며 "안에 들어가는 콩나물도 그냥 무쳐서 먹는 것보다 휠씬 맛있다"고 했다. 장성욱(34) 대리는 "개인적으로 입맛에 딱 맞아 회사 동료들뿐 아니라 개인적인 모임 때도 이 집을 적극 추천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단골손님들의 예찬론이 끝날 무렵 이 식당 주인 김윤동(44) 사장이 슬며시 와서 비법에 대해 간만 보게 해 줬다. 먼저 변산반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수되는 주꾸미부터 소개하면 타우린,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다량으로 함유돼 근육의 피로 회복, 간장의 해독기능 강화, 시력 회복, 혈압 및 당뇨병에 좋은 음식재료. 이 재료를 이용해 맛을 내는 비법이라면 김 사장이 2년 넘게 연구개발한 고추장, 마늘, 후추, 과일 등 평범한 식자재와 절대 공개할 수 없는 비밀 재료 등 모두 24가지를 넣어서 만든 특제 양념으로 매일 아침 버무려 숙성시켜 만든다는 것.
더 이상의 비법은 알려달라고 해도 허사다. 앞으로 대구경북에 주꾸미 열풍이 불게 만들겠다는 김 사장은 "와서 맛을 보고 뭐가 들어갔냐고 물어보면 그 재료에 대해서는 첨가 유무를 말해줄 수 있다"고 에둘러 비법 공개를 피해갔다.
주꾸미 가격은 1인분에 9천원. 볶음밥은 1천원만 추가하면 된다. 이 주꾸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본점인 황금점(053-766-8562)뿐 아니라 동대구역 인근 동대구점(053-743-9004)도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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