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명리학은 '때'를 아는 학문

※이번 주부터 '하국근의 명리산책'을 시작합니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하국근 원장의 안내에 따라 사주와 음양오행의 세계로 떠나 보십시오.

사람이 살아가려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자기 혼자 김칫국 마시다 낭패를 보기도 하고, 적당한 타협이 중요한 시기에 독단으로 일을 망치기도 한다. 적극 추진만이 살 길인데도 자기의 운이나 능력만 믿고 미적거리다 기회를 놓치고 눈물로 한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서점마다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요지경 같은 요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한 단면으로 봐도 무방할 게다.

'설상가상'이나 '엎친 데 덮친 격' '외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말 것' 등의 말들은 나쁜 시기에 일을 도모하다 망치는 경우를 말함이요,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있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포도 넝쿨 아래의 여우'와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비교하면 어느 행동이 더 현실적인가. 경우의 차이는 있겠지만 차라리 깨끗이 포기하고 돌아서는 여우의 판단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가지 끝에 매달린 홍시를 따러 감나무에 직접 올라갈 경우도 있다. 그 홍시가 손에 잡힐 거리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올라가는 도중에 떨어져 버릴 수도 있고, 딛고 선 나뭇가지가 부러질 수도 있다. 이는 주위환경을 잘 살펴보란 얘기다.

명리(命理)라는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재미가 있다. 말 그대로 명(命)에 대한 이치를 다루는 학문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나서야 할 때와 자기 성찰을 할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그러고 보면 자기의 의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타고난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에 빠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명리학 속에는 적선(積善)이란 말을 항상 담고 다닌다. 자기의 마음가짐이 아주 중요하단 뜻이다. 마음가짐을 참하게 해야 한다는, 이 적선이란 단어는 동양철학 기본 덕목 중의 기본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게다.

힘든 시기다. 대인 관계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힘들다. 이럴 땐 한 발자국 물러서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홍시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는 것도 좋겠지만 요즘 같은 장마철엔 나무껍질 자체가 미끄럽다. 더욱이 이런 시기엔 가지가 잘 부러지기 때문에 기다리는 미덕도 필요하겠다. 홍시가 어디 이것 하나뿐이겠는가 하는 여우의 심정으로 과감히 포기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010-878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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