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창포와 석창포

국내에서는 4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풍요와 안녕을 도모하고 악운을 쫓는 각종 행사들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단오에 창포를 끓인 물로 머리를 감게 된 유래는 중양일(重陽日) 중에서도 양(陽)이 센 날이 5월 5일로 좋은 향기가 나는 창포탕으로 목욕하든지 머리를 감으면 사악한 귀신을 내쫓을 수 있고 병마를 막아준다고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산책로 주변 물가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은 보라색이나 노란색의 꽃창포는 이름만 창포이지 전혀 다른 붓꽃과 식물이며 향기가 없는데 이를 창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꽃창포는 습지식물일 뿐 수생식물은 아니며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 창포는 연못이나 강가 등에서 뿌리가 물에 잠겨 자라므로 수생식물로 구분하고 꽃은 볼품이 없다.

식물분류상 창포속(屬)에는 창포와 석창포가 있는데 단오 때 머리를 감거나 목욕제로 사용되는 것이 창포이고,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이 석창포다.

창포(菖蒲, Acorus calamus)는 백(白)창포, 수(水)창포 등으로 부르는데 꽃이삭은 굵고 짧지만 길쭉한 칼 모양의 잎이 60㎝~1m까지 자란다. 석창포는 잎이 좁은 칼 모양으로 끝이 날카로워 수검초(水劍草)라고 불리며, 꽃이삭은 가늘고 길며 잎의 높이는 30~50㎝까지 자라는데 잎이 옆으로 휘어진다. 창포는 향기가 강하고 잎이 지는 식물이지만, 석창포는 향기가 덜하지만 잎이 늘 푸르고 물이 흐르는 돌 틈이나 습기가 있는 계곡 또는 냇가에서 자란다.

석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를 가을과 겨울에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건조한 것으로 외형이 지네를 닮았다. 한의학적으로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매우면서 쓰다. 방향성이 강하여 인체의 장부와 경락의 기운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뚫어 주고 탁한 기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맑은 기운을 상승시키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정신이 맑지 못하거나 두통, 어지러움, 안구 피로, 건망증, 기억력 감퇴, 치매, 이명, 목이 잘 잠기는 경우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수험생들의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집중력을 강화시키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뛰어나 소위 '총명탕'의 주재료로 들어간다.

평소 신경이 예민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서 복부에 가스가 차는 신경성 소화기 질환이나 복통을 동반하면서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풍습(風濕)으로 인하여 근육과 관절이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으며, 복부가 냉하거나 수족냉증에도 일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약리학적으로 석창포의 약효성분은 방향성의 정유(精油)인데, 주요 성분은 아사론(asarone)으로 진통'진정 작용이 있어 진통제나 진정제로 이용되고 있으며 뇌세포에서 칼슘의 유입을 차단, 뇌신경을 보호하여 알츠하이머병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됐다. 또한 석창포의 정유성분은 기침을 멎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

이처럼 석창포는 여러 모로 좋은 약효를 지녔지만 신체의 음액(陰液)이 부족하여 몸에 열이 나면서 마음이 조급하고 땀이 많이 나거나 해수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복용에 주의해야 하며, 너무 많이 복용하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울 수도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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