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30년 전문식당 홍점선씨의 노하우

요즘처럼 무더위가 한창일 때 신김치 송송 썰어넣고 말아먹는 메밀묵채 한 그릇이면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진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께는 배고픈 시절의 추억이겠지만 이젠 다이어트 식품으로, 또 고혈압·변비 등을 예방하는 웰빙 식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전통 메밀묵의 세계를 살짝이나마 엿보려고 30여 년간 손메밀묵을 만들어 왔다는 대구 남구의 한 메밀묵 요리전문점을 찾았다.

"메밀묵 맛이요? 절반은 정성이고 절반은 시간이지요."

직접 손으로 만든 메밀묵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홍점선(60·여·대구 남구 대명1동 'ㅍ' 손메밀) 씨가 운영하는 가게에는 오래된 작은 가마솥이 놓여 있다. 만든 지 90년이 다 된 솥이라는데 지금은 '은퇴'하고 대형 가마솥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

홍씨는 "메밀묵 요리는 고소하고 거친 질감이 없어야 돼요. 인공 감미료나 첨가물, 다른 곡물을 섞어선 안 됩니다. 통메밀과 간수만이 재료인데, 특별히 까다롭거나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깨끗하게 씻은 메밀을 불리는 데만 4, 5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준비한 메밀을 빻고 즙을 짜내는 데도 힘이 든다. 또 가마솥에 부어 끊이며 간수로 간을 하고 뜸을 들이는 등 메밀묵을 완성하는 데까지 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 중 통메밀을 껍질째 짜는 작업이 가장 만만찮다고 한다. 가루를 빻고 가마솥에 쑤는 작업은 어느 정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이 공정은 순수하게 손으로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통메밀을 짤 때는 힘을 너무 세게 주어서도 안 되고 천천히 짜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고운 천이 터져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한다. 비틀면서 힘 조절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 작업이 전체 메밀묵 작업의 절반이라고 한다.

대구에서도 이런 메밀묵 식당은 앞산 등 산 아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등산객들에게 메밀묵이 특히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등산을 하면 땀을 흘려서 수분과 소금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데 이때 메밀묵이 수분과 소금기 공급을 하는 데 그만이라고 한다. 이번 주말 가족, 친구들과 산에 놀러갈 예정이라면 산 아래 음식점에 들러 메밀묵 한사발로 힘들었던 몸을 달래보면 어떨까.

글·사진 조보근 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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