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주 토요일 저녁 옛 상주 鄕廳에 가면…

古家와 어우러진 문화 공연을 만난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상주 향청이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상주 향청이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주 향청의 물받이 없는 처마 끝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삼 칸 대청마루에서는 다섯 명의 통기타 주자들의 화음이 아름답습니다. 책 속에만 갇혀 있을 시인의 시편들이 노래로 다시 살아나 처마를 울리고 있습니다. 마루 위와 뜰 아래는 하나의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주출신 김재수 시인의 상주 향청(鄕廳) 공연 소감이다.

상주 향청이 수백 년 만에 깨어나고 있다. 토요일 저녁이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리는 야간 고가(古家) 공연은 소나무와 수백 년 된 옛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공연은 10월 16일까지 모두 24회 펼쳐진다. '열두 고개 상주아리랑'을 주제로 삼백무용단과 고영가야금병창단, 커피밴드, 이락무용단 등에서 어린이 국악공연, 포크록밴드, 시낭송, 색소폰연주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풍류가 넘실거린다. 장소는 향청을 중심으로 상산관과 문화회관 앞마당 등에서 번갈아 열린다. 하지만 역시 향청 공연이 백미다. 지난주엔 '열두고개 상주아리랑, 천년의 눈물'을 주제로 한 대청마루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락무용단과 대금산조, 해금독주, 살풀이, 춘앵무, 태평무 등 고가에서 뿜어나오는 은은한 조명 속에 예술 한마당이 펼쳐졌다.

이번 주는 상산관에서 '봇짐을 내려놓고'를 주제로 한 이락무용단의 지전품과 기운무, 사모곡에 이어 색소폰연주와 시낭송이 이어진다. 공연을 본 관람객들은 현장 분위기에 매료돼 단골 손님이 된다. 상주시 낙양동 이원영(32) 씨는 "토요일 저녁에는 은근한 미가 풍기는 향청에서 고전음악과 커피밴드의 포크록밴드 등 퓨전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풍류를 느끼게 돼 늘 다음주 공연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상주시 중심가에 있는 향청은 1997년 9월 경북도문화재자료 제336호로 지정돼 상주시가 관리하고 있다. 상주 향청은 1,500년대 말에 세워졌다가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 1610년 중건된 이후 수차례 수리를 거쳐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상주 관아로 사용됐다. 그 후 1955년 12월까지 관사로 사용되다 방치해 오던 중 상주시가 지난해 건물과 주변환경을 말끔하게 정비해 예술의 전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그 배경에는 '상주거리예술단'의 눈물겨운 투혼이 숨어 있다.

오늘날 향청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등 희소성으로 문화재 자료적 가치도 높다. 지난해 가을엔 상주 향청에서 국화전시회도 열리는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재수 시인은 "향청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옛날과는 사뭇 다른 향청의 변화를 실감했다"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상주 향청, 이를 위해 애쓰는 '상주거리예술단'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