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면도기 혁명가 킹 캠프 질레트

오늘날 남자들이 얼굴을 베이지 않고 깔끔하게 면도할 수 있게 된 것은 킹 캠프 질레트의 '면도기 혁명' 덕분이다. 일자형 면도칼에 턱을 베인 뒤 영감을 얻어 5년간의 연구 끝에 1901년 12월 T자 모양의 양날형 안전면도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안전면도기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오늘날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 즉 '공짜 끼워팔기' 전략으로 돌파했다. 은행 신규계좌를 개설하거나 커피 등 식료품을 구입할 경우 안전면도기를 증정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안전면도기에 익숙해지도록 한 것이다.

이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안전면도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실제 판매목표였던 일회용 면도날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오늘날 경영학에서는 질레트를 프리코노믹스의 창시자로 꼽는다. 질레트 면도기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73%에 매일 1억3천만 명이 사용하는 면도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855년 미국 위스콘신주 포드락에서 태어나 1932년 오늘 사망했다. 면도기 하나로 거부(巨富)가 됐지만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에서 해방된 이상사회 건설을 꿈꾼 낭만적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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