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끊임없이 도전…" TC그룹 유재성 회장 경영철학 화제

"끊임없이 도전, 변화를 시도하라" 회장님과 직원 '소통의 1분 메

TC그룹 유재성 회장은 메세나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사내 사야갤러리에서 재즈콘서트를 가진 후 외국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TC그룹 유재성 회장은 메세나운동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사내 사야갤러리에서 재즈콘서트를 가진 후 외국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한 철강회사 회장이 '소통'을 위해 2년에 걸쳐 매일 직원들과 가족에게 들려주는 메시지 형태로 작성한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해 화제다.

주인공은 태창철강㈜, 신라철강㈜ 등 9개 계열사를 두고 총 6천178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TC그룹 유재성(65) 회장이다. 그는 최근 '아름다운 경영을 위한 유재성 회장의 1분 메시지'(이하 1분 메시지)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2007년 9월 3일부터 2009년 10월 21일까지 779일(2년 49일)에 걸쳐 매일 유 회장이 회사 홈페이지(www.tc.co.kr)에 올린 글 중에서 500개 메시지를 선별해 엮었다.

유 회장은 "1분 메시지는 원래 직원 및 가족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즉, 경영철학, 소신, 경험, 인문학적 지식, 여행, 아픈 과거나 숨기고 싶을 만한 개인사 등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2년 동안 이를 읽은 사람들이 삶의 지침서로 충분한 가치가 있어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감히 책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의 명예나 개인사의 기록이라는 차원을 넘어 임직원,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삶의 지향점과 선대가 지니고 추구했던 철학과 인생관을 유훈처럼 남기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각 메시지에 따라서 서간문과 일기, 자서전, 평론(음악·미술·문학 등), 때로는 어록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연대기적인 서술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기업오너의 자서전과는 다른 형태다. 특히 유 회장 스스로 치열한 삶을 통해 체득한 직관력과 수사적(修辭的) 연출을 싫어하는 진솔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픈 과거나 숨기고 싶을만한 일들까지도 거리낌 없이 드러내 글을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이 1분 메시지를 쓰게 된 동기는 자신의 영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고문으로 있던 이재규 전 대구대총장이 유 회장의 이름으로 글을 대신 쓰는 것을 무심코 허용했다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것.

그는 이 책을 통해 '속살 드러내듯'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이 글들을 '나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이 읽게 되는 글임에도 점잔을 빼지 않은 것은 물론 대구사람들에게 내뱉는 독설은 물론 읽는 이들이 오해를 할 만한 거칠고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 너무나 '적나라한' 여성의 신체를 그려낸 미술작품 등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글'이라는 평과 '너무 표현이 거칠고 민망한 부분이 있다'는 평이 엇갈린다.

"나는 기업가로 여러분들께 내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 부끄럽고 아픈 과거사, 숨기고 싶은 치부, 나의 경험과 경영철학, 음악 미술 문학 등 인문학적 지식 등을 모두 진솔하게 드러냈습니다. 나의 이같은 경험을 간접 경험하거나 익혀 배움을 넓힌다면 이 또한 나의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유 회장은 비매품으로 이 책을 발간한 이후 '건방지게' 책 한 권 주지 않는다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전하고 싶은 몇몇 지인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을 제외하고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는 "책 내용의 진의를 모르고 일부 거친 표현이나 수록된 미술작품 등을 보고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받을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해 신청한 사람들에 한해 책을 발송하고 있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창조'다. '조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최고의 승부로 요구되며 예술가적 마인드를 임직원들의 열정으로 어떻게 끌어 낼 것인가가 우리의 고민이다'라고 적을 정도로, 1분 메시지 책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창조란 단어다. 그는 "현상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투쟁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 그것이 창조이며 주인정신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또 소통, 직면, 도전, 윤리를 강조했다. 이런 화두들을 본인은 평생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핵심가치로서 전 직원들이 'TC DNA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하고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그는 문학, 미술, 음악,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적 식견과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1994년 건물 설계를 시작해 2년 뒤 준공된 TC그룹 본사 건물을 보고 일부에서는 '괴물'이라고 욕한 사람들도 있다. 이 건물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박종석 건축사에게 색다르고 튀는 건물을 주문해 지은 것이다.

한 때는 사진 촬영에 미쳐 바닷속을 찾아다니고 아프리카 원주민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사진집과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2006년 7월 TC사옥 정원에서 대구상고 37회 동기생 150쌍의 부부 합동 회갑연을 하면서 까까머리와 튀는 안무로 유명한 무용가 안은미를 초청해 '젊음의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1개월에 3, 4차례는 세종문화회관 등을 찾아 오페라 등을 감상하고, 문화예술인들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유 회장은 "이 같은 문화적 갈증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예술 발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 메세나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막 기증(9천만원)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에 1억원 기증, 영남대 60주년 기념관 건립기금 1억원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그룹 본사에는 240석 규모의 '사야홀'을 갖추고 클래식,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수시로 열어 임직원은 물론 지인이나 주한미군, 외국인 교수·대학생 등을 초청하고 있다. 또 본사내 1, 2층에는 사야갤러리를 운영,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유 회장의 닉네임을 딴 '별라홀'도 운영중이다.

유 회장은 지역 예술단체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구 누구 계열이라는 파벌 싸움을 하는 것 보다는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제도권 밖으로 나와 제도권 속을 질타하고 변화하는 자발적인 이방인이 되고 싶습니다." 영원히 자발적인 이방인이자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는 강한 메시지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