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저희 어머니는 밥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계시지 않았어요. 우리도 무척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강냉이밥이나 감자밥을 밥상에 차려주시곤 했죠." 그런 어머니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을 보고 자란 박은숙씨(51세)가 노숙인 무료급식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도 어머니처럼 밥 굶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경제난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최소한의 조건인 한 끼의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 못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다.
전라도 무주 구천동에서 태어났지만 1985년 구미에 정착한 그녀는 2004년에야 어머니를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2004년 겨울부터 5만원과 아는 분이 지원해준 닭 2마리, 쌀 2되 그리고 믿음을 같이한 교인 2명의 자원봉사로 구미역 부근에서 이동 무료급식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이동급식을 접고 2006년에 구미시 원평2동 지하 공간에 먹이고 살린다는 의미를 가진'사브낫바네아'라는 이름의 무료급식을 겸한 노숙인 쉼터를 주변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지금은 '물가에 심기운 나무'라는 이름으로 바뀐 이곳을 "사람이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믿음 뿐"이라는 신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이뤄지는 무료급식에는 30여명의 노숙자들이 온다. 하지만 그들에게 늘 미안하단다. 기업체에서 상담업무 등으로 받는 수입과 일부 종교시설의 지원으로는 만족할만한 급식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어떤 분의 도움으로 임수동 낙동강변 밭 500여 평을 무상 사용할 수 있게 됐단다. 올 봄부터 땅콩, 고추 등 '돈'이 될만하거나 급식센터에 필요한 야채를 심어놓고 수시로 드나들며 정성을 쏟고 있다.
회사 상담원으로, 노숙인 봉사자로, 농사짓는 농부로 하루해가 짧은 박은숙씨는 요즘 일거리 하나를 더 늘렸다. 버려진 간이 피아노로 급식센터를 찾는 이들에게 노래라도 들려줄 요량으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단다. 서투르게 건반을 누르는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밥 한 끼의 사랑이 주렁주렁 달려 천사의 음악을 들려주는 듯하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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