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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3)아파도 나눌게 있어 행복한 김교환씨

"17년째 투석치료 받지만 그래도 내겐 각막이 있잖아요"

장기 기증'이란 말보다 '장기 품앗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김교환(48)씨는 문화해설사다.

1994년 구미와 경북의 문화와 역사가 좋아 그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군대 있을 때부터 나빠진 신장(콩팥)으로 17년째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은 또다른 큰 병까지 겹쳐 애를 먹고 있다. 신장 투석과 큰 병 치료를 위해 수시로 병원을 들락거리지만 문화유산해설을 멈출 수는 없다. 이번 주에는 경주서 열린 해설사 교육에도 참석했다. 우리 고장의 역사와 문화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전공(일본어)을 살려 주로 일본인들에게 관광통역을 겸한 문화유산해설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신장이 나빠진 이후 매달리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10년 넘도록 해오고 있는 '사후각막기증운동'이 그것이다. 그는 이를 '장기 품앗이'라고 부른다. 장기는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신처럼 신장이 나쁜 사람들이 신장을 받는 대신 각막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각막 품앗이'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도 40명 정도로 늘었다. (사)한국신장장애인협회 구미지부와 부설 장기기증센터와 함께 한 덕분이다. 그러나 각막을 오래 전 '품앗이'로 내놓은 그는 정작 남의 신장을 '품앗이'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오래 전 한 스님이 콩팥을 떼어 주려 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는 "스님에게 빚을 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장기 품앗이'에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 품앗이'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라 했다.

"가족들에게는 너무 미안하다"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장기 품앗이'를 향해 묵묵히 내딛는 그는 누군가에게 줄 것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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