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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12)구미사랑고리은행 사무국장 이원재씨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봉사하는 삶이 좋아 잘 다니던 대기업 문을 박차고 나와 '밝고 아름다운 세상, 맑고 좋은 세상 만들기'에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진 '구미사랑고리은행' 이원재(48) 사무국장(구미요한선교센터 관장)의 표정은 늘 해맑다. 경주에서 태어나 1987년 구미에서 대기업 직장을 다녔으며, 1996년 사회 봉사활동에 관심 많은 종교계 인사를 만나면서 삶의 방향을 바꿨다.

1995년 설립된 구미요한선교센터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모집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봉사활동은 1999년 급기야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고 퇴사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취약계층 세대, 노약자 등 '사회약자'들을 위한 각종 사업에 참여했다.

센터가 펼치는 사업마다 그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재가중증장애인 돌봄 봉사를 주로 하는 '한빛봉사단'을 비롯해 취약계층 아동을 돕는 지역 아동센터인 '새로배움터' 운영, 어르신 공동체 구성을 위한 '구미시니어클럽' 운영, 봉사도 품앗이처럼 서로 주고받자는 취지를 가진 상생을 위한 '구미사랑고리은행' 운영, 어르신 일자리 마련을 위한 '구미노인일자리창출지원센터' 운영, 재활용품 판매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 '참살이' 운영 등 6개 분야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봉사야말로 '주는 사람', '받는 사람'이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서로 주고 받는' 수평적 관계임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또 변화시켜 나갔다. 이중 '구미사랑고리은행'은 사회약자들의 에너지를 사회적 자본으로 바꾸기 위해 미국의 '타임 달러'(Time Dollar)란 운동을 도입해 2년간의 준비 끝에 2004년 출범시킨 사업이다.

사랑고리란 미국에서 1시간 봉사하면 '1타임 달러'를 주는 '비시장경제권 화폐'를 만들어 이를 적립,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거나 자신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1시간 봉사를 '1고리'로 인정해 5천원 상당('5천 사랑'이라 부름)의 가치를 주고 이를 적립해 당사자 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치 헌혈증서처럼 주고받고,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것이 바로 사랑고리인 것이다.

손을 쓸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는 장애인은 앞 못 보는 장애인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세상 소식을 전하는 봉사로 '고리'를 쌓을 수 있다. 이렇게 적립된 '고리'는 머리를 깎는 비용 혹은 다른 용도로 쓰일 수도 있고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게 되고 누구나 자기의 장점이나 능력을 활용해 '고리'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의 나눔과 봉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선교센터가 번역한 미국의 타임 달러에 관한 에드가 칸 교수의 '이제 쓸모가 없는 사람은 없다'란 책을 계기로 그는 '사랑고리운동'으로 농촌 어르신 문제나 농촌 농산물 팔아주기 등으로 넓혀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 운동은 결국 봉사를 삶의 일부로 만들고 밝고 맑고 좋은 세상 만들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는 185cm라는 키 보다 더욱 커 보였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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