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여름휴가 장소

그때 추억이 너무 좋아 다시 찾아 갔는데도 그대로…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패션 아울렛 올브랜 10만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이원선(대구 수성구 중동)

다음 주 글감은 '나만의 피서 방법'입니다

♥ 별이 너무 많아 은하수 만난 느낌

'우리, 어디로 여행갈까?' 강원도 여행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됐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 우리는 평소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로 했다. 에어컨 틀어놓고 과자 먹으며 하루종일 만화책 보기, 훌쩍 떠나기, 밤나들이 하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펼쳐놓은 후 가고 싶은 곳을 꼽아봤다. 의견일치가 이루어진 곳은 강원도. 구체적인 지명도, 숙박 계획도 없이 그렇게 무작정 북쪽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가 여행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양양 법수치계곡'으로 최종 목적지를 정했다. 양양 해수욕장에서 한참 산으로 들어간 끝에 우리는 법수치계곡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산과 계곡은 우리가 흔히 봤던 경상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계곡은 때로는 거대한 폭을 이루며, 때로는 힘찬 물살을 보이며 길게 이어졌고, 우리는 계곡의 경치에 사로잡혀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펜션도 제법 많아 그 중 한 곳에 여장을 풀었다.

나는 그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무수한 별똥별을 봤다. 은하수도 만났다. 달빛 이외에는 불빛이 없어 깜깜한 하늘에는 별들이 정말 많았다. 우주 한가운데 우리만 서있는 것 같은 황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날이 밝은 후 계곡에서 즐기는 물놀이 또한 일품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차갑고 맑은 계곡물은 우리들 독차지였다. 그때 그 추억이 너무나 좋아 2년 전에도 갔었다. 여전히 그 계곡은 그대로였다. 법수치 계곡은 해수욕장도 30분 이내면 도착할 수 있어 가족들 여름휴가에 더없이 좋을 것이기에 추천해본다.

김미정(대구 중구 삼덕동)

♥ 물놀이하고 마라톤도하고

저마다 아끼는 나만의 여름휴가 장소를 한두 곳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전국적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갈 때마다 인파로 북적인다면 그 가치는 떨어진다고 해야겠다. 그런 곳이라면 너무나 흔한 곳이어서 기대와는 달리 스트레스만 잔뜩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내가 강력히 추천하는 여름휴가 장소는 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밀양시 삼문동의 밀양강 제방 둔치와 송림이다.

이곳은 영남루가 위치하고 있고, 조용히 흐르는 밀양강에 보(湺)를 만들어 보의 둑 안쪽과 바깥쪽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물이 깊지 않아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하는데 아주 적합한 곳이다. 또한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을 정도로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떠나도 되며 빠뜨린 피서 물품이 있다면 구입하기에도 편하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과일을 배달시켜 물놀이에 지친 배를 채우기에도 편하다.

무엇보다 물놀이에 싫증이 날 즈음에는 전체적으로 작은 섬의 형태로 된 넓은 둔치 한쪽에 엄청나게 키가 큰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로 송림(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서 풀밭 사이를 걸으면서 삼림욕도 가능하고 곳곳에 만들어놓은 작은 정자에서 독서를 할 수도 있어 금상첨화다.

또한 요즈음 너나없이 걷기 열풍에 관심이 많은데 섬을 한 바퀴 둥글게 도는 코스에는 폐타이어를 잘게 부수어 재활용하여 만들었다는 푹신한 트랙이 (총 길이는 약 5㎞) 조성되어 있어서 햇볕을 가릴 준비를 해 간다면 걷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트랙 주변에는 돌로 여러 가지 모양을 조각해놓은 공원도 있어서 걷는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나는 여름철만 되면 가족들에게 이곳에 가자고 조른다. 가족들은 또 그곳이냐며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땡볕 아래에서 5㎞를 달리고 달구어진 몸을 다시 물에 담그고, 요기를 하고선 다시 달리고….

별도의 입장료도 없고 주차료도 없고, 가난한 서민인 나에겐 이보다 더 안전하고, 좋은 피서지는 아직 없다. 아니 발견하지 못했다. 저렴하게 가족들과 함께 당일 또는 1박 2일의 피서를 원한다면 이곳을 꼭 한 번 가보시라. 단, 꼭 멀리 떨어진 곳의 값비싸고 화려한 피서지에 갔다 와야 제대로 휴가를 즐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지 말기를 바란다.

류병조(대구 달서구 도원동)

♥ 새벽엔 이불덮고 잘 정도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다가와 들뜬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집에서 밀린 숙제를 하면서 방콕 아님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일손을 거들면서 나름대로 알찬 휴가 계획을 품고 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물음표만 안고 휴가 계획을 못 세우신 분이 계시다면 강추하고 싶은 곳이 있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소재지에서 4.2㎞ 떨어진 신원리의 검마산 자연 휴양림이다. 검마산 가는 길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두메 송하리 농촌전통테마마을 체험도 할 수 있다. 두메 송하리 주민들은 무더운 삼복더위에도 집집마다 선풍기가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직접 민박으로 하룻밤 지내 보니 선풍기보다 더 시원한 공기에 새벽엔 이불을 덮고 잘 정도였다.

휴양림 가는 길 수하계곡 물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우면서 가재가 살고 있을 정도로 청정지역이고 바닥에는 자갈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심신을 맑고 안정되게 해주며 숲 향기가 가득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사계절 휴양지다. 이곳은 숙식을 할 수 있는 산림문화 휴양관을 비롯하여 자생식물 관찰원, 상설 텐트장, 야영 데크, 등산로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및 청소년 심신수련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눈살 찌푸리는 흔적으로 청정지역이 잘 보전되지 못하고 사라질까봐 이렇게 강추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알찬 휴가 계획으로 즐거운 추억 한 페이지가 만들어지길 희망하면서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지나간 흔적을 쓰레기로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선(대구 수성구 파동)

♥ 바다내음과 솔향의 묘한 어울림

지난 6월 영덕 블루로드를 다녀왔다. 이른 아침 대구에서 출발해 2시간여 만에 도착한 영덕 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건 영덕을 한눈에 보여주는 관광지도였다. 왠지 보물지도처럼 반갑고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블루로드를 따라 걷다 보니 쪽빛 바다, 파란 하늘이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낯설지 않은 그림들처럼 영덕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언덕 아래 묶인 배 한 척까지 보태니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산등성이를 따라 한참을 오르고 내리고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다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만난 바닷가의 풍경은 가히 명품이었다. 짭짤한 바다내음과 솔향의 묘한 어울림을 자아내는 그곳에서 한 송이 꽃을 마주한다는 것은 행운인 것 같았다.

마침내 도착한 해맞이공원. 영덕 축산항에서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영덕 블루로드를 천천히 걸으면서 들꽃도 보고 맑은 공기도 마시며 한결 산뜻한 기분이 되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으며 바다를 닮은 영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동해의 망망대해를 가슴 벅차게 담아올 수 있었다.

일상 속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디게 걸어본 영덕. 바다 냄새, 사람 냄새 나는 포구에서 삶의 향기와 박동을 느낄 수 있는 영덕 블루로드는 다시 한 번 떠나고 싶은 곳이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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