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토 다큐] 다섯 자녀와 '한지붕 7식구'…대구 산격동 김원희씨 가족

"응애~ 응애~" 새 생명 탄생을 알리는 아기의 첫 울음이 고요하던 병원 수술실에 울려 퍼졌다. 대기실에서 가슴 졸이던 아버지가 그제야 긴 한숨을 돌렸다. "기쁘지만 사실 걱정도 많습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김원희(40)·이미란(37) 씨 부부. 시은(15·여), 시현(12·남), 시준(9·남), 시연(5·여), 여기다 지난 5월 3일 다섯째 시환(1·남)을 낳았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일곱 식구가 됐다. 모두 하나같이 밝고 쾌활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김 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정이다. 부인은 셋째 출산 후부터 부업도 접고 아이 키우기에 매달렸다. 남편의 박봉으로 집 월세에다 생활비를 쪼개 쓰다 보니 가계부는 매월 적자다.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미안해한다. 옷은 친척에게 얻기도 하고 동생들은 곧잘 물려 입는다. 장난감은 고쳐 쓴 지 10년째다.

중학교 2학년인 첫째 시은이는 뒤늦게 책에 빠졌다. 책은 거의 빌려서 읽는다. 동생들 학습지 사기에도 빠듯해 책 사달라는 말을 안 한다. 학원이라곤 유치원 때 빼곤 여태 가본 적이 없다. 연기자가 꿈이라며 친구들 앞에서 춤도 잘 춘다.

초등학생인 둘째 시현이와 셋째 시준이는 산격복지관 공부방에 교재비만 내고 무료로 다닌다. 학교 방과후 수업은 빼먹지 않는다. 시현이는 한문을 잘해 한문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다. 한문책도 늘 빌려서 보지만 벌써 6급을 땄다.

유치원생인 시연이는 별명이 '애교 백단'이다. 파김치가 된 몸도 네 살배기 귀염둥이 딸의 눈웃음에 살살 녹아내린다.

김 씨 부부는 넷째 딸이 너무 귀여워 다섯째까지 낳았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낳을 수 있을 때까지 낳고 싶었지만 다섯 명으로 끝내기로 결심했다. 지금 형편으로는 다섯 키우기도 벅차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은 역부족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1.15명. OECD 23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이대로 가면 2100년경 한민족 총 인구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 명 수준으로 떨어져 민족이 소멸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시대 다자녀는 가정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출산 지원책 못지않게 육아에서 결혼까지 고비용 구조를 개선시킬 범정부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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