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 간판과 깃발

각 정당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깃발'을 분명히 세워라

전당대회 시즌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다. 코앞의 일정에 정신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8월 말에 전당대회가 있다. 그러나 마음은 벌써부터 분주한 것 같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두 당의 화두는 단연코 '변화와 쇄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내린 심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성찰하자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다'라는 응답이 2.4%라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앞에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기기는 했으나 이기지 못한 이상한 선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적극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두 당의 '쇄신 경쟁'은 필연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쇄신 레이스는 이제 시작되었고, 최종 도착 지점은 물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에서 뽑는 지도부 선거에 열두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이 내뿜는 경쟁의 열기가 뜨겁다. 지방을 돌면서 횟수를 거듭하는 동안 후보자들 사이의 토론은 치열해지고, 주고받는 말은 점점 더 뾰족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비주류가 당대표를 포함한 주류 세력의 안이함을 문제 삼으면서 민주희망쇄신연대를 결성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주류와 주류는 몇 차례의 날 선 공방을 교환한 후 이 달 말에 있을 재·보궐 선거 준비로 당분간 호흡 조절에 들어갔다.

각 당이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내부 투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투쟁을 통해서 그간의 정당 운영을 평가하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발전한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투쟁이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두 당의 내부 투쟁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다.

전당대회의 기능은 '간판'과 '깃발'을 정하는 것이다. 간판을 정한다는 것은 당권을 맡을 대표를 뽑는다는 뜻이다. 깃발을 정한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지금 각 당은 간판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깃발에는 관심이 없다.

정당은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따라서 정당의 핵심은 간판이 아니라 깃발이다. 깃발의 색깔이다. 국민들은 묻는다. 한나라당이 추구하고 있는 보수적 가치란 뭔가? 민주당이 실현하고자 하는 진보적 가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오랫동안, 무엇에 반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해 왔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반공, 민주당은 반독재가 곧 목표 가치였다. 무슨 사회 정치적 쟁점이 생기면 가스통을 들고 나타나는 퇴역 군인이 한쪽의 상징이라면 화염병과 돌멩이는 다른 한쪽의 집합적 이미지였다. 어느 정당도 제대로 된 깃발을 세우지 못했다. 정당들은 깃발이 아니라 협애(狹隘)한 이념적 기반 위에서 지역주의와 의리를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일 뿐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각자 치열한 내부 투쟁을 통하여 자신들의 '깃발'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친이냐 친박이냐, 주류냐 비주류냐라는 식으로 개념 없는 분파 간 권력투쟁으로 일관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투쟁은 필요하다. 각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 필요하다.

김태일 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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