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진다."(아인슈타인)
미국 등 세계 양봉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봉군붕괴 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봉군붕괴 현상은 지구생태계 전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꿀벌은 꿀을 공급할 뿐 아니라 농작물 등 식물의 수정을 돕기 때문이다.
꿀벌의 생태에는 자연환경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돼 인간과 가장 밀접한 곤충이다. 이런 꿀벌들에게 시련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미국 플로리다의 아몬드 농장에서 화분매개로 갖다 놓은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일시적인 사건이라 여겨졌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와 유사한 봉군붕괴 현상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과학자들은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휴대전화에 의한 전자파의 영향,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살충제 중독 등 추측만 나올 뿐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봉군붕괴 현상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봄에 봄날씨답지 않은 저온현상으로 벌들이 폐사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일하러 나간 벌이 얼어 죽고, 여왕벌도 움츠려 알을 낳지 않는 바람에 벌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고구려시대부터 꿀벌을 사육했다고 알려졌다. 국내 양봉산업이 실질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02년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꿀벌 사육농가는 약 4만 가구로 200만 봉군을 사육해 연간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농작물의 꽃가루 수분에 활용되는 봉군 수만도 매년 30만 통에 달한다.
최근 꿀벌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화분매개의 역할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1천500여 개의 작물 가운데 30%가량이 꿀벌에 의해 수정되지만 봉군붕괴 현상이 지속되면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릴 수 있다. 학자들은 꽃가루 매개의 균형이 깨진다면 지구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경상북도지회 신창윤 지회장은 "화분 매개체인 꿀벌이 올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지역의 과일 생산량도 감소해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양봉인 안상규 씨는 "꿀벌이 죽는 환경에서는 사람도 죽는다고 봐야 한다"면서 "자연 생태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양봉산업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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