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믿지만 신학처럼 싫은 것은 없다.' 대단히 모순적인 말이다. 아마 허위의식과 관습에서 벗어나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행동하는 기독교인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1888~1960)의 삶을 보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888년 오늘, 고베에서 바람둥이 사업가의 서자로 태어나 배다른 형제들에게 '기생의 자식'이라며 구박을 받았다. 대학 2학년 때 결핵에 걸려 죽을 지경에 놓였는데 한 목사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회복된 뒤 고베의 빈민들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고 이를 지켰다. 보통선거권쟁취 운동, 노동운동, 평화운동을 벌이다 4차례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1940년 일본의 중국 침략을 중국에 사과했다가 체포됐고 자유당 정권 때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 식민통치의 잘못을 사죄했다. '전혀 일본인 같지 않은 일본인'이었다.
전쟁이 끝나 보니 노벨문학상(사선을 넘어서), 노벨평화상에 2차례씩 후보로 오를 정도로 유명인사가 돼 있었다. 입각 제의도 거부하고 선교 활동에 전념하다 죽었다. 기독교인 수가 전 인구의 1%가 채 되지 않은 일본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기독교인이 여럿 있는데 큰 교회가 수두룩한 한국은 과연 어떠한가.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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