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삶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

사람은 어떻게 죽을까? 죽음에 익숙해져 가는 나도 죽음이 항상 두렵다. 영화에서처럼 마지막 유언을 하고 가족이 모여 있는 가운데 임종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영화에서와 같은 마지막 장면을 기대하고 있다. 호스피스 의사는 죽음이 다가오는 기간에 환자에게는 편안한 임종을, 살아 있는 가족에게는 위로와 애도를 제공해야 한다.

김영자(가명) 씨는 떠난다는 것보다 죽음 자체가 고통스러울까봐 걱정했다. 60세 말기 난소암환자로 2주일 전부터 장폐색이 와서 코에서 위장까지 이르는 가는 관을 삽입하고 있었다. 조금씩 장폐색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결국 그 문제로 그녀는 임종에 이를 것 같았다.

경험상 암은 떠나기 전까지 심하게 기승을 부린다. 며칠 전에는 양쪽 귀 뒤 임파선이 부어 마치 볼거리 환자처럼 힘들어 보였다. 스테로이드와 진통제로 통증은 조절이 됐지만, 비교적 평안하게 잘 지내던 그녀도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것이 역력히 보였다.

임종단계에 들어가면, 며칠 전부터 먹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그때부터 잠자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3, 4일 자고 일어나서 잠깐 가족을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몸은 조금씩 탈수 현상을 일으킨다. 분비 활동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 없고 폐의 점액질도 적어진다. 따라서 복부의 고통도 덜해지고 구토감도 줄어든다. 구토도 하지 않고, 기침도 하지 않게 되어서 몸 전체가 편안해진다. 정신이 산만해질 때도 있는데(말기 섬망), 이럴 때 병원에서는 적절한 약을 쓰기도 한다.

보통은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 것같이 보인다. 눈을 뜨거나, 말할 기운도 없어진다. 그래도 가끔씩 가족이 애타게 부르면 눈물을 흘리거나 반응을 하기도 한다. 그냥 손을 잡고 있거나 믿고 있는 종교 음악을 들려주라고 가족에게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는 수포음이라고 하는 호흡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불완전한 호흡과 몸과 얼굴에 불수의 수축이 일어나기도 한다. 소변이 나오지 않고 검은 눈동자가 커진다. 근육이 이완되고, 심장이 멈추면서 모든 것이 끝난다. 이러한 임종의 단계에서 임종까지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생명은 별이 으스러질 때와 같이 갑자기 그 빛을 잃는 경우도 있고, 또 서서히 빛이 꺼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불안해하는 가족들을 위로한다. 삶의 마지막 나날이 다가오면 가족이 함께 모여서 평온실(임종실)에서 따뜻한 만남을 가진다.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고, 눈을 뜰 수 없어도 환자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이 때가 되어 마지막 인사를 하면 환자는 눈물을 흘린다. 세상에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다.

김여환<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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