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산과 들에, 볕이 잘 드는 곳에 소곤소곤 꽃으로 피어나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예쁜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종류의 씨앗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수많은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었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정원가꾸기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느냐고. 정원가꾸기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모두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가꾸기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시인 류시화의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에서처럼 민들레는 종족 보존 능력이 아주 강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쉽게 뿌리를 내린다. 민들레는 어떤 곳에 어떤 모습으로 피어 있는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봄이면 하얀 색과 노란 색으로 단장하는 부지런한 꽃이다. 적당한 쓴 맛으로 잃어버린 입맛도 돋운다.
유익한 약용으로도 쓰이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화분에선 예쁜 야생초로 사랑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농부의 밭에서는 지독한 지섬(일종의 잡풀)이라는 귀찮은 존재로 잠시 전락한다.
민들레는 나에게선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보라고 수없이 재촉한다. 나는 매년 봄 민들레를 보며 설레며 민들레 감흥은 여름을 지나 가을'겨울 내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그래서 문득 시심(詩心)을 일깨운다. 또한 노방초의 끈질긴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내의 민들레는 나에게 인고와 질김이라는 거친 삶의 가르침도 던져준다.
민들레를 통해 우리를 투영해보자.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나는 누군가의 꽃이였을까, 귀찮고 싫어하는 잡초였을까. 아니면 세상에 아픈 몸을 치유하는 요긴한 약초였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그런 색깔의 키 작은 야생초였을까.
민들레의 여러 얼굴처럼 개개인이 느끼는 민들레론은 서로 다르겠지만 민들레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면 민들레는 한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이다.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민들레를 보는 눈으로 세상을 살아보자. 행복이 저만치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올 것이다.
김창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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