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인물] 마야문서 불태운 디에고 데 란다

"그들(마야인)은 미신과 악마의 속임수로부터 자유로워질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책 모두를 불태웠다."

프란체스코회 유카탄 교구장 디에고 데 란다가 1562년 오늘 방대한 마야 문서를 불사른 뒤 한 말이다. 그의 행위는 종교와 문명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진 가장 야만적인 문명 파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524년 스페인 시푸엔테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1549년 마야문명의 중심지인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건너갔다. 선교 활동 중 마야의 유물에서 인신공희(人身供犧)의 증거가 드러나자 마야의 종교와 문화는 악마에 씐 것이라며 모두 불태웠다. 란다의 분서(焚書) 이후에도 유물 파괴는 계속돼 현재 남아있는 마야 문서는 3종밖에 없다. 역설적인 것은 마야 문명을 파괴했지만 그가 남긴 '유카탄 견문기'라는 책이 없었다면 마야 문명은 영원히 망각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마야인들의 생활과 종교, 문화에 대한 종합보고서로 마야문명 연구의 필수적인 자료이다. 특히 이 책은 마야 문자 해독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마야문자와 라틴문자를 대조한 일람표 때문이다. '란다의 알파벳'이라 불리는 이 자료가 없었다면 마야문자 해독은 불가능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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