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균의 운동은 藥이다]근육이 약해져서 관절이 아픈 걸까?

"근육이 약해서 관절에 무리가 간 것입니다. 근력강화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요통이나 관절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굳어진 근육은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약해진 근육은 운동으로 강화하면 관절은 튼튼해진다는 얘기는 얼핏 합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환자나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서조차 지난 수십년간 신봉된 이 상식이 잘못된 믿음으로 판명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치료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꾼 주인공은 호주 퀸스랜드 대학의 치료운동전문가인 리차드슨, 호지스, 하이드 등이었다. 이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관절을 움직일 때 주로 사용하는 움직임근육(mover)과, 어떤 움직임이 있을 때 몸 조직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안정화근육(stabilizer)이다.

움직임근육은 주로 몸의 바깥쪽에 붙어있다. 스포츠센터에서 웨이트 운동을 할 때 단련되는 근육이다. 척추기립근, 복직근 내외복사근, 대퇴사두근, 슬굴곡근, 광배근, 삼각근, 승모근 등을 일컫는다.

안정화근육은 척추의 안쪽을 따라 붙어 있는 다열근과 몸통의 가장 안쪽을 감싸고 있는 복횡근이다. 가장 안쪽에 붙어있으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들 근육은 우리 몸에 어떠한 동작이 일어나기 직전 미리 수축해 척추와 관절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것을 '사전수축'(feed forward)이라 한다. 사전수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척추는 S라인을 유지하며 관절의 움직임도 자유롭다. 사회시스템에 비유하자면 안정화근육은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역할을, 움직임근육은 국방을 담당하는 군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특정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사고로 관절을 다치거나, 나쁜 자세를 장시간 취하거나, 통증이 생기면 다열근과 복횡근의 사전수축 기전은 무너진다. 이들 근육은 아주 빠른 속도로 약해지고 관절보호기능은 움직임근육이 대신하게 된다. 움직임근육이 관절 보호를 위해 계속 수축하면서 허리는 뻣뻣해진다. 슬굴곡근과 종아리 근육도 지속적인 수축으로 짧아지게 된다. 어깨근육은 돌덩이처럼 뭉치게 된다.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체조직끼리 작은 충돌이 계속되면서 관절이 조금씩 상하게 된다. 이것을 '누적손상'이라고 한다. 우리 몸은 군대가 치안까지 담당하는 일종의 '비상계엄'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요통이나 관절통 해소를 위해 필요한 운동은 안정화근육인 다열근과 복횡근의 사전수축 기능을 회복시키는 운동이다. 이것을 '분절적 안정화운동'(segmental stabilization exercise)이라고 한다. 움직임근육을 강화하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요통이나 관절통 때문에 의사로부터 운동을 권유받았다면 무작정 운동을 시작할 것이 아니라 '분절적 안정화운동'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필자 이종균 씨는 계명대 스포츠산업대학원에서 운동처방을 전공했으며 2003년 미국스포츠의학회 임상운동처방사(ACSM-CES) 자격증을 취득했다. 닥터굿스포츠클리닉, 맞춤운동성장센터 키네스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 기업체와 스포츠센터 등에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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