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으랏차차 노익장…65세에 씨름판 누비는 은성기씨

은성기 씨는 65세의 나이에도 씨름을 즐기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은 씨가 대구씨름장 2층 생활체육 공간에서 운동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은성기 씨는 65세의 나이에도 씨름을 즐기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 은 씨가 대구씨름장 2층 생활체육 공간에서 운동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2일 대구씨름장에서 열린 대구 북구씨름왕 선발대회 여자부 경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2일 대구씨름장에서 열린 대구 북구씨름왕 선발대회 여자부 경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70세까지는 샅바를 잡아야죠."

생활체육 씨름 동호인 은성기 씨는 올해 65세다. 노인이란 소리를 들을 나이지만 그는 힘이 철철 넘친다. 1989년 씨름과 인연을 맺고 꾸준하게 운동한 덕분이다.

늘 샅바를 가까이에 두고 있는 그는 지금도 씨름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웬만한 동호인 대회의 출전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 있다. 물론 대회참가자 중 최고령이다.

"씨름대회에 나가면 종목이 20대, 30대 등 나이로 구분되거나 청년, 중년, 장년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장년부에 출전하는 선수 대부분 이 50대이고, 나이별로 구분하는 대회 역시 50대가 최연장자라 항상 10세 아래의 선수들과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은 씨는 이 때문에 늘 손해를 본다면서도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체력을 은근히 자랑한다. 지금까지 그는 전국대회에서 1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더 보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전은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3, 4일은 씨름부가 있는 대구 영신고와 능인고를 찾아 어린 선수들과 맞겨루기를 한다. 학생들은 은 씨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기꺼이 샅바를 잡아 준다. 학생들을 이길 수는 없지만 젊어진 느낌에 기분이 좋다. 힘을 써야하기에 매일 등산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씨름은 우리의 전통운동 아닙니까. 아마도 윗옷을 벗고 살과 살을 맞댄 채 하는 유일한 운동일 겁니다. 맨몸으로 부딪치다 보면 서로의 기를 느낄 수 있어 좋고, 금방 친해집니다. 모래밭에 발을 디디면 각질 제거에 좋고, 온몸의 신경이 있다는 발 건강에도 최고지요."

씨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은 씨의 씨름 자랑은 끝이 없다.

그렇다고 씨름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상대를 넘어뜨려 승부를 내는 씨름이지만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꼭 이기는 법은 없다. 중심을 무너뜨리고 순간적으로 힘을 이동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들배지기 기술 하나에는 상대를 당겨서 내 몸에 붙이고, 튕기고, 돌리고, 넘어뜨리는 4개 동작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익힌 기술도 움직이는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달라져 씨름이 어렵기도 하면서 또 재미난 것이죠."

직장인 강석은(43) 씨도 씨름 없이 못산다. 1989년 제1회 대통령배 전국씨름왕선발대회에 대구 대표로 출전했던 강 씨는 1993년까지 동호인 선수로 활동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씨름을 그만뒀다. 이 후 그는 등산을 다니며 건강을 챙겼지만 씨름만한 게 없었다. 지난해 다시 씨름판으로 돌아와 샅바를 잡은 그는 "익힌 기술이 상대에게 그대로 먹힐 때의 쾌감과 예의를 강조하는 정신 등이 씨름의 매력이다"고 했다.

1980년대만 해도 씨름은 야구, 축구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인기스포츠였다. 하지만 이후 여러 이유로 침체를 거듭, 예전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씨름은 생활체육 종목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달 2일 대구씨름장에서 열린 '2010 북구씨름왕 선발대회'에는 100여 명이 참가해 초등, 중등, 고등, 대학, 청년, 중년, 장년, 여자부 등 각 부문 우승을 놓고 기량을 겨뤘다. 이 대회에는 씨름협회에 등록한 엘리트 선수들의 참가가 제한된다.

대구시씨름연합회 배오석 부회장은 "대구시에만 400여 명의 동호인 씨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각 구·군별 대회 때 참가하는 선수들만 봐도 생활체육으로 씨름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일부 씨름 동호인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경북대 병원 옥상에 마련된 씨름장에서 운동하고 있다.

배 부회장은 "대구에는 모래가 있어야하는 장소적 제한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씨름 동호인도 많다"고 했다.

이런 씨름인의 염원을 담아 지난달 대구시민운동장 내에 대구씨름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 2층에는 생활체육 씨름 동호인을 위한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다. 대구시씨름연합회는 조만간 이곳에서 씨름 강습회 등을 열 계획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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