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은 '전립샘'으로 불리며, 남성의 방광 바로 아래쪽에 있다. 직장 앞쪽에 서 있듯이 위치해 있다는 의미로 전립선(前立線)이라 불린다. 밤톨 정도 크기로 15~20g 정도 나가는 조직이며, 정낭·고환과 함께 남성 생식을 가능하게 하는 성 부속기관 중 하나. 정액 일부를 생성하고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식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특히 전립선 특이항원 검사라 불리는 PSA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전립선암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 전립선암은 남성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한다. 중국 덩샤오핑 전 주석, 프랑스 미테랑 전 대통령, 아키히토 일왕,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미국 존 케리 전 대선 후보,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전립선암 때문에 투병해 '황제의 암'이라 불리기도 하고, 50대 이후 중년 남성이 많이 걸려 '아버지의 암'이라는 별칭도 있다.
◆7년 새 암 발병 증가율 '1위'
우리나라도 전립선암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전립선암으로 진료 받은 환자(2만495명)는 2002년(4천843명)보다 4.2배 늘었다. 2001~2008년 매년 새롭게 암으로 진료 받은 환자 증가율도 전립선암이 13.8%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1996년 이후 남성 10대 암에 들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위·폐·대장·간 다음으로 남성 5대 암에 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3. 4명꼴로 추정되며, 이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은 수치다.
다행히 전립선암 생존율도 다른 암과 비슷하게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이상 생존율이 1993~1995년에는 55.9%에 그쳤지만, 2001~2005년은 78.6%, 2003~2007년에는 82.4%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미국보다 17.3%, 캐나다보다 12% 낮은 수치. '비뇨기과=성병'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한국 남성들은 비뇨기과 검진을 꺼려서 조기 발견율이 서양보다 떨어지는 데다 한국인의 전립선암이 서구보다 악성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인과 증상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큰 위험요소로는 나이, 인종, 가족력 3가지를 들 수 있다. 나이는 가장 중요한 전립선암 발생 위험인자로 여겨진다. 45세 이전 남성이 걸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나이가 들면서 50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60, 7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인종 중에는 스칸디나비아인의 발병률이 가장 높고 동양인은 걸린 확률이 가장 낮으나, 최근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도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동양인 이민자가 비이민자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서구적 식생활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립선암은 식사와 관련이 있고, 특히 동물성 지방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아울러 가족 중에 전립선암 환자가 있으면 전립선 질환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초기에만 발견하면 10년 이상 생존율이 80% 이상.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립선암 진단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배뇨불편 증상을 느끼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을 못 느끼기 때문에 전립선암을 '소리 없는 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50세 이상 남성의 경우 점차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 줄기가 가늘게 나오면 전립선비대증 또는 전립선암을 의심해야 한다.
◆진단 및 치료
전립선암에 대한 진단은 간단한 혈액 검사 일종인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항문을 거쳐 직장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 검사, 전립선초음파 검사 등으로 이뤄진다.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기준치 이상 높거나, 직장수지 검사를 통해 전립선에 딱딱한 결절이 만져질 때는 전립선암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PSA 수치가 3 이상이면 암을 의심하고, 20 이상이면 80%가 암으로 판명나며, 50이 넘으면 대부분 4기여서 주변 뼈와 장기로 전이된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립선암은 대개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다. 70세 이상 고령이면서 천천히 자라는 전립선암이 초기에 발견된 경우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추적관찰을 하다가 검사결과와 증상에 따라 치료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수술은 주로 10년 이상 생존이 예상되고 임상적으로 암세포가 전립선에 국한돼 있으면서 수술에 따른 금기사항이 없는 경우에 가장 많이 시행된다. 이밖에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치료', 전립선암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치료'가 있으며, 냉동 치료법과 고주파초음파 치료법도 있다.
◆예방과 식생활
가장 큰 3가지 위험인자인 나이, 인종, 가족력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전립선암 예방은 현재로선 매우 어렵다.
다만 지방 섭취가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구에서 아시아보다 전립선암이 많이 발병하고 있고, 특히 동물성 지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 전립선암 세포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암학회는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과일을 1주일에 5번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이밖에 녹차에 함유된 카테킨(catechin), 토마토 등에 함유된 라이코펜(lycopene), 비타민 E(토코페롤), 셀레늄, 베타카로틴 등이 전립선암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돼 있다. 그리고 콩을 많이 섭취하는 나라인 경우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통계적으로 낮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콩에 포함된 이소플라본 성분이 전립선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비뇨기과 김현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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