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개막 전부터 축구 전문가들은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꼽았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스페인이 우승 후보 '0'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화려한 명성을 가진 선수들의 면모보다 '속도'를 내세운 스타일 때문이었다. 수비진부터 미드필더, 공격진까지 스페인은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구사하는 '패싱게임'을 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중원에서부터 압박을 통해 스페인의 속도를 잡으려고 했다. 독일식 축구를 모델삼아 네덜란드는 전반부터 스페인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플레이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사실 큰 재미를 맛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스페인과 그런 상대의 플레이를 속속들이 간파하고 대처에 나선 네덜란드의 경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줬다.
네덜란드가 꺼낸 카드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파울을 남발하며 제 발목을 잡고 말았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네덜란드의 경고가 승패를 좌우할 것 같은 우려가 감지됐다.
연장 후반 4분, 네덜란드의 중앙 수비수 욘 헤이팅아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네덜란드는 수적 열세에서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버텨야 했다. 결국 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던 네덜란드는 연장 후반 11분 스페인의 이니에스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점을 하고 말았다. 네덜란드로서는 후반 17분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로번이 골을 결정짓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곱씹게 될 것 같다.
두 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시상식을 끝내고 내려오는 스페인 선수들을 네덜란드 선수들이 축하해주는 모습은 왜 축구가 감동을 주는 스포츠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장면이 됐다.
월드컵은 끝났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환호와 아쉬움만 남길 순 없다. 4년마다 새로운 축구의 흐름을 선보이는 월드컵을 통해 우리 역시 축구의 발전을 꾀해야한다.
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속도전으로 요약된다. 스페인의 우승은 키 작은 선수들이 큰 선수들을 이겼다는 점에서 재미를 더했다. 아름답기까지 했다. 비법은 속도의 지배였다. 플레이어의 빠른 발이 아닌 선수들이 발끝을 따라 움직이는 공의 스피드를 따를 팀은 없었다. 축구의 한 획이 새롭게 그어진 셈이다. 아시아 축구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갚진 성과를 냈다. 그러나 세계 정상권에 편입되려면 더 빨라야한다. 한국은 빨랐지만 정확하지 못했고, 일본은 정확했지만 빠르지 못했다.
아무리 전술·전략을 세우고, 조직력을 가다듬더라도 월드컵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려면 남이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플레이가 반드시 동반돼야한다. 스페인 축구는 이런 기본적인 요소를 유소년 축구로 길러내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8강, 4강을 넘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려면 승패에 얽매이기보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영진 대구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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