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가 이전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이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교육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이제는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차별화하는 색깔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9일 신철원(43) 협성교육재단 이사장은 차분하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풀어갔다. 2004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신 이사장은 대구의 사학 설립자 2세중 젊은 그룹에 속한다. 올해 설립 55주년을 맞은 협성교육재단은 대구에 12개의 중·고교를 운영 중으로 중등 분야에서는 한강 이남의 최대 사학(私學)집단으로 꼽힌다. 학생 1만여 명에 교직원만 1천200여 명이다.
"재단 규모만 놓고 봤을 때 작은 교육청이나 마찬가지"라며 "사학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변화해야 합니다."
신 이사장은 지난 7일 열린 경일여고의 자율형 사립고 설명회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경일여고의 자사고 전환 성공 여부는 협성교육재단이 한 단계 도약하느냐 마느냐와도 맞물린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님들에게 '좋은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좋은 교사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신 이사장은 1개 학급 규모인 35명에게 전면 장학금을 주고, 현재 대구의 다른 자사고에는 없는 기숙사를 2012년까지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자사고의 성공 여부는 결국 좋은 교사의 확보다. 그는 "재단의 풍부한 교사진을 활용해 여학생 자사고에 가장 적합한 우수 교사들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 취임 후 협성교육재단은 변화된 교육 환경에 맞춰 발 빠른 행보를 이어왔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재단 내 우수 중·고교생을 선발, '무학년제 영재반'을 운영 중이며 예체능 학생 조기 발굴을 위해 내년부터 제일고는 미술중점학교로, 소선여중은 음악중점학교로 운영된다.
"이제 학생·학부모들이 원하는 학교가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매월 대구의 사립학교 설립자 20여 명과 갖는'사학경영자연구회'모임에서 이런 변화에 대한 고민들을 나눈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고1(능인고)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세인트 폴 고교에서 수학했고, 보스턴 대학·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인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의 대외정책경제연구소(KIEP)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런 경험 탓인지 글로벌 교육에 대한 신 이사장의 소신은 남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부터 운영 중인 '아리랑 21'. 외국의 우수한 교포 학생들과 국내 우수 학생들을 이어주는 국제 네트워킹 동아리다. 현재 아리랑 21에는 중국 용정고급중학교(우리나라 고교과정), 일본의 오사카 금강고교, 협성재단 학생 등 80여 명이 속해 있으며, 매년 홈스테이를 하며 교류행사를 갖는다.
올해는 21일 한국대회가 열릴 계획. 그는 "이 학생들이야말로 미래의 세계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아리랑 21 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신 이사장의 또 다른 도전은 2012년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ICG·International Children's Game)의 대구 유치로도 이어졌다. ICG는 40여 년 전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현재 50개국, 100개 도시가 참가하고 있으며, 청소년 세계 스포츠 축제로는 유일하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올림픽 정신의 기치 아래 육상, 수영, 축구를 포함한 여러 종목들을 겨루며 우정을 나눈다.
신 이사장은 "대구시, 시 생활체육협의회와 함께 2012년 6~8월쯤 계명대학교와 두류공원에서 대회를 치를 계획"이라며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외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뛰고 놀면서 글로벌 경험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3남 3녀 중 넷째이자 막내 아들이다. 부친인 신진욱(86) 명예이사장에 대한 기억도 각별하다.
"밖에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유쾌한 분이셨는데, 가족에게는 매우 엄한 분이셨다"고 했다. 그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재단을 최고의 사학으로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10년 후면 학생 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어 공립학교만으로도 학생 수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제 사립학교가 존립하려면 공립학교와 다른 색깔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에서 요구하는 기본교육 외에 학생·학부모들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를 줄 수 있어야지요. 재단내 12개 학교가 12개의 색깔을 갖추는 것, 그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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