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게 돼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전력과 통합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경주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양사 통합에 제동을 걸고 나서고, 연구 용역을 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복수의 대안을 내놓는 등 통합 불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2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언론에서 한수원과 한전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통합과 관련한 정부 방침은 정해진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정부 생각이 반드시 그런 것(통합)만은 아니다"며 "앞으로 의견을 더 수렴해 보겠지만 통합될 가능성은 (분리될 가능성 보다) 오히려 낮다"고 말했다. 양사의 통합 문제에 대한 정부 내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최 장관은 9일 지식경제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 "세계적인 추세가 전력을 독점하는 사례가 없고 우리만 거꾸로 돌려 그렇게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통합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까지 분할로 인한 비효율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 통합론의 주장이었지만 효율도 그 못지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의 발언과 KDI 보고서 등으로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한수원과 한전의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수행한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한수원-한전 통합에 대해 원전수출역량 강화를 위해 양사를 통합하는 방안,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해외사업기능을 조정하는 방안 등 복수의 대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KDI는 한수원과 한전이 통합될 경우 정부 정책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방폐장을 유치한 지역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안이 없을 경우 앞으로 방폐장이나 원전 건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경주 시민들은 방폐장 건설부지 안전성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과 한전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수원 본사는 애초 계획대로 경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시의회와 경주지역 82개 사회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통합 반대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도 "정부는 20년간 표류하던 방폐장 선정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경주 시민들과 약속한 제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경주시민과 함께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수원 본사 이전이 축소 또는 무산될 경우 방폐장 및 원전 건설에 대한 경주 시민의 저항이 불거질 것이라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강태호 비대위 상임대표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통합을 하지 않고 한전의 조직 개편을 통해 알맹이는 한전이 가져가고 껍데기 한수원만 경주에 오는 것"이라며 "정부의 이전 확약을 받아내기 위해 비대위 등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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