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천%에 달하는 고리사채가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3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채업자로부터 과도한 빚 독촉을 받은 데다 높은 이자로 인한 심리적 압박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 30분쯤 포항시 상도동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실장으로 일하는 L(32·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L씨가 숨진 하루 뒤인 8일 오후 8시쯤에는 대도동 한 원룸에서 L씨에게 빚보증을 서 준 유흥업소 실장 K(36·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각기 다른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이들은 각각 1억원에 가까운 사채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남부서 강력범죄수사팀 한 관계자는 "이들은 지역의 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서로 연대 보증을 섰다"며 "L씨가 과도한 사채 빚 때문에 먼저 목숨을 끊자 K씨도 더 이상의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따라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10일 낮 12시 30분쯤 대잠동 한 원룸에서 숨진 L씨와 함께 일하던 M(23·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M씨가 절친한 사이였던 L씨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뒤 괴로워했다는 주위의 말에 따라 M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여종업원들은 사채업자들로부터 많게는 연 1천%에 가까운 고리의 이자를 물고 있었으며, 이를 갚지 못하면 또다시 사채를 내 되갚는 악순환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10여 곳의 사채업자로부터 한번에 200만~300만원의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서로 맞보증을 서 사채의 연결고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지역 유흥업계에서는 이들이 사채를 빌려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손님들의 외상인 '사인(Sign)지'를 꼽았다. 거액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손님들의 사인지는 종업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탓에 사채를 빌려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실제로 L씨는 자신이 손님을 유치한 매출 일부분을 월급으로 받는 속칭 '와리 마담'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유치한 손님이 갚지 못한 술값까지도 떠안아야만 해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숨진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는 물론 포항지역 전 사채업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포항지역 사채업자 대부분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종업원들의 죽음과 관련한 사채업자들에 대해 수사를 하는 한편 불법 사채업자들을 뿌리뽑을 때까지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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