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니아인 직장인 이정용(30) 씨는 6월 중순 주말을 이용해 제주 올레길을 다녀왔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호텔 대신 민박을 이용하고 길을 걷다 배가 고프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평범한 식당을 찾았다.
여행이 다른 사람의 삶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公正)여행'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나만 즐기는 여행보다 현지 주민을 이해하고 환경을 아끼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스쳐가는 동네에 들러 사투리를 진하게 쓰시는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고 시장이 반찬이어선지 길을 가다 눈에 띈 2천500원짜리 냄비국수 한그릇도 꿀맛이었다"고 전했다.
공정여행, 이른바 착한 여행이 새로운 여행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여행은 여행 과정에서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여행지의 삶과 문화, 자연을 보존하자는 취지. 국내외에 걸쳐 공정여행 붐이 조금씩 일면서 전문여행사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걷기 여행 열풍을 불러온 제주 올레가 대표적인 공정여행 프로그램이다. 7월을 공정여행의 달로 정한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정미나 녹색행동팀장은 "공정여행은 생각만큼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여행지의 환경뿐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된 물건을 고르는 등 돈을 쓰더라도 그곳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여행의 의미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문을 연 전문 취급 여행사에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인천 옹진군 굴업도로 떠나는 에코여행', '자연으로의 초대-영월 오지마을 여행' 등의 공정여행 상품이 판매 중이며 '중국 운남성 호도협 트레킹-나시족과 함께 차마고도를 걷다', 말레이시아 쿠칭 지역에서 원주민과 숙식을 함께 하는 '정글 올레 산소 트레킹' 등 해외 공정여행 상품에 교사, 시민단체의 단체관광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 관계자들은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자신이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과 자연을 보호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꽤 늘었다"며 "여행지를 정해 두고 공정여행으로 갈 테니 일정을 짜달라는 문의도 자주 온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공정여행(fair travel)
서구인들의 몰지각한 관광과 대규모 관광지 개발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원주민 공동체와 환경이 파괴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는데서 출발했다. 1988년 영국 등 유럽에서 여행에 대해 책임감을 갖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2000년대 이후 대중화됐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제안하는 공정여행 수칙
◇해외여행에서는?
▷비행기 이용은 줄이고 전기와 물은 아껴 쓰자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교통편, 여행사를 이용하자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조개, 산호, 상아 등)은 사지 말자 ▷동물을 학대하는 쇼나 투어에 참여하지 말자 ▷과도한 쇼핑은 자제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자 ▷현지의 인사말과 노래, 춤을 배워보자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가자 ▷여행지의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자 ▷적선보다는 기부를!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기부하자 ▷현지인과 한 약속을 지키자. 약속한 사진이나 물건 보내기 ▷내 여행의 기억을 기록하고 공유하자
◇국내여행에서는?
▷대중교통으로 국내 여행하기 ▷지역 먹을거리와 함께 하기 ▷걷기와 자전거 이용하기 ▷전자제품 없는 여행 ▷일회용품 없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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