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학교'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목을 배우는 단일한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학교 다양화'라는 교육의 새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예술·체육중점학교들이다. 올해 3월말 교과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국 30개 예술·체육중점학교들은 올 하반기부터 홍보와 학생 모집에 들어가 내년부터 교육과정을 시작한다.
◆예술·체육중점학교란?
예술·체육중점학교는 예·체능에 소질을 가진 학생들이 일반 교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예술중·고교와 차별화된다.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내 아이가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지만 선뜻 예술중·고교로 입학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예술중점학교에는 음악, 미술, 연극, 영상 등 4개 분야가 포함되며, 대구에서는 소선여중(음악), 성당중·제일고(미술)가 선정됐다.
예술·체육 분야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가 크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년 예술·체육 계열 대학 입학생 6만4천694명 중 예술·체육고교 졸업생은 7천884명으로 12.2%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순수하게 사교육만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 셈이다.
또 일반고 예술·체육 계열은 89개교로 이중 75개교가 서울·경기에 위치해 있어 예능 조기 교육의 불모지인 지방 학생에게도 고른 교육 기회를 주자는 게 예술·체육중점학교의 등장 배경이다. 교과부는 "예술·체육중점학교는 단순 기능 습득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할 것"이라며 "기존 예술·체육고와 조화를 이뤄 예체능 교육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음악 중점학교, 소선여중
수성구 만촌동의 소선여자중학교는 내년 1학년부터 30명씩 2개 학급의 음악교육 중점학급을 개설·운영한다. 박은영 교장은 "대구는 음악대학의 수나 규모로 볼 때 부산보다 훨씬 큰데도 부산에는 2개나 있는 예술중학교가 1개도 없다"며 "음악에 소질을 가진 영재들을 발굴해 재능을 키워주고 전문 음악인으로 육성시키자는 취지로 음악교육 중점학급을 개설한다"고 말했다.
음악교육 중점학급 학생들의 커리큘럼은 일반 학생들과 교과목 시수 면에서 크게 다르다. 일반 학생 경우 3년 동안 총 272시수의 음악교육을 받지만, 중점학급 학생들은 830시수를 공부한다. 반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목의 시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학교 측에서는 "중점학급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예고에 진학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음악 교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많은 타지역의 예술중학교에 비해 교육 내용이나 학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음악교육 중점학급 학생들은 새로 설치되는 별도 연습실에서 음악교육을 받는다. 일반음악교과 이외에 합창·합주, 시창·청음, 음악이론, 연주 등의 커리큘럼이 확정돼 있으며, 현재 음악교사 2명 외에 추가로 강사를 더 채용할 계획이다.
또 매년 전공별로 우수학생을 선발, 솔로 위주의 연구발표회와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고 초등학생 대상 콩쿠르를 주최해 미래 음악인을 발굴한다. 국내외 저명한 음악가들을 초청해 마스터 클래스를 갖거나 교사들이 인솔해 음악회를 관람하기도 하고, 방과후 개인 레슨까지 교사들이 관리한다. 박 교장은 "음악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고, 학업과 병행하면서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미술 중점학교, 성당중
달서구 본리동의 성당중학교는 내년부터 30명씩 2개 학급의 미술교육 중점학급을 개설·운영한다. 미술을 전공한 손태복 교장은 "미술교육 중점학교라고 해서 기능적인 면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며 "미술을 통한 창의·인성 교육 효과를 거두고, 인문학적인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 학교 역시 일반 학생들은 3년간 272시수의 미술교육을 받는 데 반해 중점 학급 학생들은 830시수를 공부한다. 일반학생들이 일주일에 1, 2시간씩 배우는 미술을 8시간씩 배우는 것이다. 미술교육 중점학급은 학년별 2개 학급 60명으로, 학생 모집을 거쳐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현재 15개 학급으로 소규모인 성당중학교는 미술교사 이외에 2, 3명의 전공 교사를 추가 배치하고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및 문화 예술 강사를 활용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소묘, 회화, 도자기 등 분야별로 꾸려진다. 또 서울 예원학교와 부산브니엘예술고 등을 둘러보고 학업 컨설팅과 자문을 하는 한편 총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술실 개선과 프로그램 운영비로 쓸 계획이다.
손 교장은 "예술중점 학급으로 입학한 이후라도 얼마든지 일반 과정으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술고나 미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학생 모집
예술·체육중점학교의 학생선발은 학생이 선택분야와 학교를 선정해 시교육청에 원서를 제출하면, 시교육청 입학관리위원회가 추첨을 통해(모집인원을 초과할 경우) 최종 선발하게 된다.
예술·중점학교들은 하반기부터 홍보에 들어갈 예정인데, 학생 모집이 가장 큰 과제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과목 성적을 우선시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성향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공부에 전념하게 하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대구 전역에서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원거리 통학 부담을 안게 된다. 또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에 해당 학교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학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학생 간의 실력 차도 학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소선여중 박은영 교장은 "조만간 수성구를 시작으로 대구시내 각 구의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를 소개할 계획"이라며 "아이의 재능을 조기에 키우고 싶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예술중점학교에 문을 두드려 달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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