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보급으로 마을 안길 4㎞가 포장돼 농사 짓기가 훨씬 좋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민 협동정신이 생겨 라방면(面) 특산물인 녹차의 생산량 및 품질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녹차 생산에 따른 주민 1인당 연간 소득이 200달러에서 530달러로 배 이상 올랐습니다."
베트남 다이떠군 라방면 인민위원회 낭 두엔 의장은 2005년 라방면 룽반 마을에 새마을운동이 보급된 후 새마을정신이 면내 10개 마을 전체로 확산되면서 주거환경개선, 소득증대 등으로 주민 생활이 훨씬 윤택해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정신 운동"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타이응우엔성 다이떠군 라방면 룽반마을. 이 마을은 경상북도가 새마을운동을 첫 수출한 곳으로 '베트남 속의 경북 마을'로 불린다. 주민이 560명인 이 마을은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마을과는 확연히 달라 마치 한국의 한 농촌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
경상북도는 2005년 3월부터 룽반 마을에 새마을시범마을을 조성했다. 새마을회관 및 보건소 신축을 비롯해 4㎞의 마을안길 포장, 500m의 농수로 설치, 전기시설 교체 등으로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해 삶의 질을 높였다. 또 다목적관리기 11대, 동력 농약분무기 10대 등을 지원해 영농 기계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물질적인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을 보급했다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이 '새마을로'라고 부르는 마을안길의 포장과 새마을회관 신축 등엔 주민들이 노동일을 함께했다. 협동 정신을 배운 것이다. 이런 협동 정신은 녹차 재배로 이어졌다. 새마을운동 보급 전엔 전혀 없었던 일이다.
10년째 이 마을 이장으로 일하는 아잉(50) 씨는 "새마을회관은 주민들의 모든 의사 결정은 물론 문화예술 및 체육활동 공간으로 이용돼 주민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조(自助)와 협동 정신 확산으로 녹차를 협업 재배하는 것은 물론 주민 스스로 새마을회관과 자기 집 앞을 청소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대청소를 함께해 마을은 늘 깨끗하다"면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새마을운동 보급 전엔 주민들이 모여 마을 대청소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을 보건소 증·개축으로 의료서비스가 크게 향상되면서 주민 만족도가 높아졌다. 드엉 티 빙 보건소장은 "의료시설 개선 후 이용도가 3, 4배 많아졌으며 최근엔 이웃마을 주민들까지 소문을 듣고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295명이 재학 중인 라방초등학교. 2007년 경북도의 지원으로 교실 증·개축 및 컴퓨터 시설을 갖춘 이 학교는 교실 공간이 넓고 쾌적해져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학교 응우엔 티 리(48·여) 교장은 "학교 시설이 너무 좋아져 지난해 국가 시범학교로 선정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라방면 인민위원회 낭 두엔 의장은 "룽반 마을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최근 면내 10개 마을 전체로 확산돼 주민들은 가난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우수한 정신문화 운동
경북도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타이응우엔성 성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주민 대표 등 113명을 경북도로 초청, 새마을운동을 교육시켰다. 오는 9월에도 20여 명의 베트남 지도자들이 경북도를 찾을 계획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주민 반응과 성과가 커지면서 경북도를 찾아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베트남 지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31개 면을 둔 다이떠군의 응우엔 하이 덩 군수 역시 2년 전 경북도와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 등을 찾아 새마을운동을 배웠다. 응우엔 하이 덩 군수는 "라방면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이 군 전체로 확산돼 주민 소득이 날로 높아져 부유한 군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새마을운동은 정말 대단한 정신문화 운동"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이떠군 인민위원회 후에 서기장은 "베트남에선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내년 초 임기 5년을 마치고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데, 새마을운동을 선거 이슈로 삼아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에 서기장은 다이떠군 군수를 역임한 후 서기장으로 선출된 이 지역 최고 실력자다.
◆대학생 해외 봉사로 새마을운동 보급에 한몫
경북도는 대구경북 대학생들이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기여하도록 해외봉사를 주선하고 있다. 봉사에 나서는 대학생들 스스로도 애국심과 새마을정신이 높아지는 건 두말 할 필요 없다. 지역 대학생들은 2007년과 2008년 라방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올해는 8월 2~15일 의료봉사단 및 대학생 28명이 다이떠군 딴타이면에서 의료 및 중학교 환경개선 등 다양한 봉사를 펼 계획이다.
딴타이면 인민위원회 헵 의장은 "보건소 시설이 열악해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봉사엔 국립 하노이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이 함께 나서 더욱 뜻 깊을 전망이다. 이곳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건 14년 전이다. 쩐티허엉(32·여) 한국어학과장은 "한국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베트남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며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하노이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향후 새마을운동 보급과 대학생 봉사에 주역이 될 전망이다.
◆구미시도 한몫
구미시도 베트남 새마을운동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시는 2002년 하노이와 20분 거리인 트엉띤군 리엔프엉 마을 보건소에 의료장비와 의약품 지원을 시작으로 교류 물꼬를 튼 후 2003년엔 후아덕군 닥서면의 보건소를 리모델링하고 의약품을 지원했다. 또 2004년 닥서면에 새마을문고를 신축, 독서경진대회 등을 통해 독서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구미 새마을여성합창단은 이곳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 연주회를 갖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마을운동을 보급하고 있다.
닥서면의 응우엔 꿔안 록 면장은 "보건소 시설이 좋아진 후 이용 주민이 하루 5명에서 50명으로 10배 정도 늘어 보건소는 늘 장사진을 이룬다"며 "새마을운동 보급 후 협동 정신이 생겨 가축 공동사육 등으로 주민소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최근 몽골의 공무원, 언론인 등 지도층 11명을 구미로 초청,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에서 새마을지도자 교육을 하는 등 새마을운동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구미시 김영준 새마을담당은 "새마을운동의 종주 도시로서 새마을운동 국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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