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의 야구토크] 프로야구의 뿌리 고교야구

12일 제32회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지역 고교 팀인 대구상원고와 대구고가 맞붙은 이날 결승에는 재학생들과 동문, 학부모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교가를 함께 부르며 선수들의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의 함성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격려도 쏟아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고교야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대붕기를 비롯해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청룡기, 무등기, 화랑대기, 봉황대기, 미주홀기 등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선수 가족이나 야구 관계자들만 찾았다.

고교와 프로야구 간에 벽이 생긴 것이다. 프로 무대가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지만, 그 근간인 고교야구의 기반을 허물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프로야구는 우리나라 이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고교야구가 뒷걸음질 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고교 야구팀은 4천200여 개, 등록 선수는 17만명에 이른다. 여름에 열리는 고시엔 대회(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와 봄 고시엔으로 불리는 '센바츠' 대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92회째를 맞는 고시엔 대회에는 49개 지역에서 예선을 거친 팀들이 참가한다. 센바츠는 추계대회에서 선발된 36개팀이 다음해 봄에 대회를 치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시엔 대회가 열리는 15일 동안에는 90만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전체 관중 수가 592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관중 수다. 선수들에겐 고시엔 대회가 '꿈의 무대'다. 고시엔 대회는 단순히 야구 경기에 머물지 않고 스포츠에 대한 순수성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일본의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고교야구 덕분에 프로야구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갖고 고교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전국의 고교야구팀은 56개다. 예나 지금이나 대다수 팀들은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 그것도 운동장이 부족해 마음대로 경기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 야구팀 지도자의 인건비는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가 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야구의 기본인 고교야구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 고교야구의 부활은 프로야구 1천만 관중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이벤트성 관중 몰이로는 야구문화를 만들 수 없다. 유소년 야구의 지원, 고교야구의 육성, 사회인야구 리그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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