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대교 사고후 '마티즈 중고거래 0건'

대구중고차시장, CVT변속기 결함 논란…'모닝'거래까지 불똥

이수연(50·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씨는 5년 전 구입했던 경차를 처분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일어난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 사고의 원인이 자신의 차량과 같은 차종인 GM대우 마티즈2의 고장 때문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장 원인으로 CVT(무단변속기) 결함이 거론되면서 이 씨는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씨는 "행여 도로 위에서 고장이라도 날까 싶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차라리 파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푸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경차 마티즈가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사고 여파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사고원인으로 지적된 CVT 변속기를 장착한 '마티즈2' 차량의 거래가 급감하고, 팔겠다는 문의는 크게 늘고 있다. 중고차 고객들은 CVT 변속기가 장착되지 않은 구형 마티즈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경차를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192개 중고차 매매업체가 가입한 대구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이달 들어 마티즈2 차량은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마티즈2가 5월 35대, 6월 44대 등 하루 1대 이상 꾸준히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여파다. 경차 모닝에도 불똥이 튀었다. 모닝은 5월 30대, 6월에는 47대가 팔렸지만 이달에는 판매 대수가 '0'이다.

반면 구형 마티즈의 판매량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다. 중고차 고객들이 CVT 변속기가 장착되지 않고 저렴한 구형 마티즈로 대거 옮겨간 것. 구형 마티즈는 5월 179대, 6월 122대가 팔렸으며 이달 들어 12일까지 71대 팔렸다. 판매 추세로는 5월 판매량을 넘길 태세다.

반면 마티즈를 팔겠다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중고차사이트 카즈(http://www.carz.co.kr)에 따르면 '내 차 팔기' 메뉴를 통해 접수된 마티즈 판매 문의는 10일 현재 76건으로 전체 문의 건수의 7%를 차지해 이미 지난달 전체 문의량(124건)의 60%를 넘어섰다. 카즈 관계자는 "휴가철을 앞두고 전체적인 판매 문의가 증가하는 편이지만, 특정모델의 판매 문의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후속모델이 출시됐을 때와 같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티즈2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인천대교 사고 당일 마티즈 차량이 원인 모를 고장으로 4차례나 멈춰섰고, 마티즈에 장착된 CVT 변속기 이상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즈 CVT'는 변속기에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주행속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GM대우는 마티즈 CVT 장착 차량을 대상으로 2002년과 2005년, 2006년 등 3차례에 걸쳐 대규모 리콜을 했다. 결함으로 리콜된 마티즈는 5만6천907대에 이른다. 마티즈 CVT는 2005년까지 총 18만4천718대가 생산됐으며 전량 내수용으로만 판매됐다.

대구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사고를 낸 마티즈 차량의 정확한 고장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기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GM대우가 대책을 내놓지 않고 늑장대응을 한다면 마티즈2 판매가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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