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권 주택시장 휘청…지역에도 '도미노' 올까

주택거래 침체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도권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건설·부동산업계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시장에 다시 한 번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여파는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 파장을 미치겠지만, 최근 수도권의 집값 하락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급증에 따른 요인이 더 큰 만큼 대구를 비롯한 지방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도권, 거래침체·입주물량 급증에 '금리 폭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올 초부터 시작된 주택거래 침체에 최근 금리인상까지 겹쳐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 주문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는 기존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하고 잔금을 연체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얼마나 떨어질까 초조해 하고 있으며, 수요자들은 금리 추가 인상 등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 3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대부분 중개업소들의 중개 건수가 한 달에 1, 2건에 불과하다"며 "거래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우려했던 금리인상이 현실화돼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현우(43·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씨는 "2년 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의 6억원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최근 1년 사이 1억원이 떨어졌다"며 "곧 입주일이 닥쳐오는데, 살던 집도 팔리지 않아 안팎곱사등이 신세가 됐다"고 푸념했다.

부동산시장의 대표 투자상품인 재건축아파트단지는 금리인상에 더욱 술렁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매도 호가를 낮춰도 팔리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최근 며칠 새 호가가 1천만~2천만원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들이 없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의 50㎡짜리의 호가는 1천만원 떨어져 9억원이지만,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9일 금리 인상폭(0.25%포인트)은 문제가 아니다. 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매수자들이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김규정 부장은 "아파트 매물이 수요보다 많은 상태에서 금리인상이란 악재를 만나 수도권 주택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며 "금융위기 전까지 부동산정책에 따라 집값이 단기 하락한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침체가 길어진 적은 없다. 추가 금리인상 조짐과 글로벌금융의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어 시장 상황은 한동안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구는 수도권과 상황 달라

최근 서울의 언론들이 연일 집값 폭락을 보도하면서 대구 등 지방에도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신규 아파트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시장 분위기가 '서울발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 건설사 분양담당자는 "수도권은 대구가 3, 4년 전부터 겪고 있는 위기에 접어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다시 경기가 회복된 수도권은 지방과 사정이 다르다"며 "다만, 수도권의 문제가 그나마 침체 속에서도 안정을 찾아가는 대구의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물론 금리인상은 지역시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값의 거품이 상당 부분 빠진 대구는 그 충격이 수도권에 비해 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렇다면 서울과 대구의 주택경기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이후 3년여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18%, 전세가는 14.64% 올랐다. 반면 대구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는 각각 6.31%, 1.76% 하락했다. 서울은 지역별로 상황이 많이 달라 이 이간 동안 서초구(0.35%), 강남구(-5.75%), 송파구(-11.4%) 등 '강남 3구'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반면 노원구(30.5%), 도봉구(24.9%), 동대문구(19.7%) 등은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아파트 매매가 변화를 보면, 1분기 경우 서울은 0.18%, 대구는 0.07% 올랐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는 서울은 -1.58%로 크게 떨어졌고, 대구는 0.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분양 아파트도 서울은 대구의 8분의 1 수준이다. 5월말 기준 대구는 1만6천303가구이며, 서울은 1천957가구이다. 하지만 4월과 비교하면 대구는 1% 줄었고, 서울은 24% 늘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2만2천349가구)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미분양 아파트는 2만7천647가구(4월 대비 6.7% 증가)에 이른다. 수도권은 여기에 상당수의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상반기 입주물량은 6만4천400여 가구였고, 하반기에는 1만2천여 가구가 더 많은 7만6천여 가구에 이른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악화될 전망이다. 반면 대구의 경우 최근 3년여 동안 신규 분양이 별로 없어 입주물량이 내년 4천여 가구, 2012년 2천여 가구에 불과하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금리인상은 전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구와 수도권은 상황이 다르다"며 "수도권의 집값 하락에는 금리요인보다는 입주물량 급증에 더 큰 원인이 있다. 2007년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수도권에 평소보다 5만 가구를 더 공급하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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