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을 펴낸 한선향 시인은 '하나의 어휘가 온 우주를 읽는다'고 고백한다. 그 어휘를 찾아 밤을 하얗게 지새는 시인의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똑똑 떨어지는 수돗물 소리에서 물방울의 반란을 읽어내고 베란다 구석의 양파 한 알에서 쪼그라진 감성을 떠올린다.
시인은 중년 여성이다. 시 속에서 중년 여성은 결코 남루하거나 거부하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위턱구름 노을 지는 얼굴 민망해/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중략)/처지는 눈꼬리 푸르게 치켜 올리며/돋아나는 검버섯 비비크림으로 꾹꾹 찍어 누른다'-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
중년, 그 헛헛함을 브레지어를 통해 표현한 시도 있다. '팽팽히 달아올랐던 먼 기억 뿌리엔/수천 번의 유즙을 뽑아 올렸던 펌프가 걸려 있고/(중략)/정지해버린 시간들 어느 순간에 쭉정이로 남아서/헛기침 굽어드는 서랍 속으로'-새 봉분 하나-.
그러면서도 다시금 주목받고 싶어 하는 여인의 마음을 드러낸다. '매달린 종일의 피로가 옆구리에 디룩디룩 살로 겹쳐/옷이 잘 내려가지 않는 알몸을/불빛 한 가닥으로 껴안아 주던 그 눈길/창밖의 미루나무 잎새 하나 눈 환히 뜨고 있다.'-미루나무 잎새 하나-. 104쪽, 7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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