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해저1리 '한마을 14명 독립투사' 기념비 제막

의성 김씨 입향조 팔오헌공의 12대 종손인 김흥원(오른쪽) 씨와 11대손인 김철진 씨가 독립운동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의성 김씨 입향조 팔오헌공의 12대 종손인 김흥원(오른쪽) 씨와 11대손인 김철진 씨가 독립운동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한 마을에서 14명의 독립유공자(건국공로포상자)가 나와 전국 최고를 자랑해온 바래미마을(봉화군 봉화읍 해저1리). 마침내 오랜 숙원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사업이 마무리돼 17일 제막식을 갖는다.

봉화군은 지난 4월 2010년 참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사업으로 사업비 5천만원(자부담 1천만원)을 들여 해저마을 앞 부지 1천500㎡에 독립기념비(세로 3.5m 가로 1.9m)와 개암 김우굉(1524~90) 선생 시비(세로 2.6m 가로 1.9m), 입향조 팔오헌 김성구(1641~1707년) 선생 명비(세로 2.6m 가로 1.9m)를 건립했다.

이번에 건립된 독립운동기념비는 이 마을에 살며 독립운동을 벌였던 김하림·건영·순영·헌식·창우·뢰식·창백·창근·홍기·중문·덕기·창엽·정진·창신 등 14명의 독립유공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바래미마을은 의성 김씨 집성촌으로 이곳 출신인 심산 김창숙(1879~1962) 선생이 1919년 3·1운동 당시 만화고택과 해관구택에서 제1차 유림단 사건인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보낼 독립청원서를 작성, 뜻있는 분들의 서명을 받은 곳이다. 1925년 2차 유림단 사건 때는 이 마을 주민들이 만주와 몽골 접경지에 독립운동기지 건설자금(황소 50마리 값)을 모금해 심산 선생에게 건넸다가 일본 순사들에게 발각돼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비운을 겪었다.

또 1933년에는 비밀결사대인 독서회를 조직, 항일운동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옥고를 치렀고 일부는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영,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학생 신분으로 태극단에 들어가 활동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3년형을 선고받는 등 3대에 걸쳐 항일투쟁을 한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의성 김씨 종손인 김흥원(61·전 봉화군청 공무원) 씨는 "부락단위 마을에서 14명의 독립유공자가 배출된 사례는 전국에서 유일한데도 그동안 기념비 하나 세우지 못해 애를 태웠다"며 "앞으로 선대의 뜻을 기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봉화군 전영하 미래전략과장은 "앞으로 탐방객들에게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산 교육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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