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성훈기자의 광고미학] ② ㈜이언정 광고, 오세훈 서울시장 만들기

광고의 형태도 다양하다. 어떤 형태의 광고든 분명 보는 이들에게 던지려는 메시지가 있다. 본질이 있고, 다음은 포장이다. 이 포장의 기술이 바로 광고이기도 하다. 본질이 부실하면 광고는 결국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과장광고나 사기가 된다.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보는 이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광고라면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 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주에 소개할 정치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본질이고 그 인물에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이 바로 광고인 셈. 그 인물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매력적인 포인트를 잡아내거나, 시대에 딱 맞는 콘셉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성공한 광고로 평가받을 수 있다. 때론 그 이미지가 호도될 수 있지만 선거 같은 단기 승부에서는 정치광고도 주요 변수이자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재봉틀 어머니' '블록집 아버지' '서울의 영웅들' 등 ㈜이언정 광고에서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내놓은 광고 시리즈는 성공적이라 평가받고 있다. 먼저 오렌지(강남 부유층 상징)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보다 서민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이미지는 오 시장의 어린 시절에 대한 사실을 담고 있었기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정치의 주역은 땀 냄새 나는 사람이다. 서울시장이라는 브랜드도, 서울시장을 원하는 유권자들도 결국은 정치의 주체인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돼 있다. 그래서 이 광고는 성공적이었다. "느그 아부지가 누구여? 뉘집 자식이여." 우리 전통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첫째 기준이 그대로 적용됐다. '재봉틀 어머니'와 '블록집 아버지'가 등장하자 오세훈 시장의 이미지는 강남 오렌지 시장에서 강북의 구수한 땀 냄새 나는 시장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치광고 역시 '누가 감동을 파느냐'와 '어떤 정치인이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느냐', 즉 감동과 스토리텔링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 소비자, 국회의원 소비자, 시장'군수'구청장 소비자, 지방의회 의원 소비자인 유권자는 감동을 주는 상품과 동일시할 만한 스토리를 지닌 인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치광고는 교활하다는 측면도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잘 활용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지닌 동시에 그 키워드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기 때문.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어머니를 내세웠듯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 키워드는 여지없이 활용됐다.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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