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한 고객만족만이 세계적인 제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고품질의 친환경 알루미늄 프라이팬을 생산, 수출하는 히든 챔피언이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내 ㈜창보(대표 김정욱·57)는 "듀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프라이팬을 만들 때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화학 성분이자 유해물질인 PFOA가 없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테프론 코팅을 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라고 자랑했다.
◆외국에 더 잘 알려진 주방용품 생산업체
김 대표는 결혼 후 공학도로 만학의 길을 걷던 1984년 대학 4학년에 대우경금속공업사를 설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변변한 사업 자금도 없이 대구 북구 서변동의 남의 집 마당에서 사업을 시작했기에 고생도 많이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의 기계제작업체에 기계 등을 구입하고 싶다면서 방문해 눈으로 그 기계를 기억해 두었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도면을 스케치해 귀국 후 프라이팬을 만드는 기계를 만들고 부수기를 수없이 반복해 오늘날의 창보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주방기물에 적합한 알루미늄 판재를 공급받아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프라이팬은 국내보다는 일본과 미국 등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다.
주부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방용품 중 하나가 테프론 프라이팬. 절대 눌어붙지 않는다는 테프론 프라이팬의 발명은 주방용품업계의 혁신이었고, 인기 품목이다. 테프론은 듀폰사의 등록상표로서, 듀폰이 그 품질을 보증한다. 듀폰은 엄격한 라이선스 제도를 통해 우수한 설비와 품질관리제도를 갖춘 전문업체에만 한정해 코팅 원료 및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창보는 6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듀폰사와 기술협약을 체결해 프라이팬 등에 사용하는 테프론 코팅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알루미늄 프라이팬은 100여 가지 정도로, 현재 생산제품의 98%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국은 미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이다. 창보는 창업 이후 수입국별로 한 거래처와만 거래하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생산업체와 공급업체 모두 천천히 가더라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거래를 통해 상생하자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1천500만달러 수출을 했다. 수출 1천만불 탑을 받았다. 내수와 합하면 15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일본 테프론 시장에서는 창보의 제품이 30∼40% 정도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5대 주방용품 메이커들이 이 회사 제품을 수입해 판다. 대일본 100대 수출기업으로 선정됐을 정도니 제품의 우수성이 증명된 셈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만이 살 길
이 회사가 창립 후 지금까지 알루미늄 프라이팬 생산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오면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가 비결이다.
많을 때는 매출액의 10% 정도, 적을 때도 5% 정도는 기술개발과 설비에 재투자를 한다. 사장과 회사 연구개발팀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거나, 대학교 및 기계관련 연구소,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한 판 코팅, 불소수지 코팅 관련 기술은 9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세계적인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됐다.
창보는 국내 처음으로 알루미늄에 고강도 피막형성을 하는 기술을 개발, 내식성을 강하게 하고 내마모성을 현저히 향상시킨 프라이팬을 생산하고 있다. 또 알루미늄에 인덕션용 전도체를 삽입시키는 기술을 개발, 열전도율이 뛰어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인덕션 프라이팬을 생산해 세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는 초보 단계인 친환경 기술로, 가스 발생 없이 요리를 할 수 있다.
창보는 또한 특수용접의 하나인 스터드 용접(STUD-WELDING) 기계를 개발해 용접 자국을 없애고 용접부위의 강도 저하를 방지하는 한편 생산성을 300% 향상시키며 비용을 50% 절감하고 있다. 판코팅의 개발로 각종 기능성 제품을 생산,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생산성을 400%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에 냉간단조 공법을 도입, 원재료 30% 절감과 열 보유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용기의 손잡이 결합용 리벳(못)을 고안, 국물 등의 누수현상이 없는 기술을 개발해 품질을 안정화시키기도 했다.
◆매출 1천억원 꿈꿔
김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화재로 공장이 소실됐고, IMF 때는 40% 정도를 내수판매하다가 판매업체의 부도 여파로 사업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 당시 친지나 친구들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나 모두 거절했고, 그동안 거래를 했던 외국 바이어들이 이 회사 제품을 믿고 도와줘 사업을 재기했다. 수출로 전환한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 내수판매 비중이 2%에 불과하지만 '롱런'을 위해 앞으로 내수 비중을 20∼30%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9월부터 이마트에 납품을 한다. 성서4차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건립해 다음달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7, 8년 후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월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김 대표는 "나 지신의 경영철학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라며 "사업을 꾸준하게 하면서도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회사 이익금을 지역사회와 직원들에게 환원하고, 개인의 소망은 '밥차'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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