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2007년 기준 국내 전체 암의 16%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2007년 위암의 5년 생존율(진단 및 치료 뒤 5년 이상 재발 없이 살아갈 확률)이 61%에 이른다. 이는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감안하지 않은 통계. 만약 초기 단계에서 발견한다면 생존율이 얼마나 될까? 무려 96%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립암센터내 위암센터가 2001~05년 국립암센터에서 위암 진단 뒤 수술을 받은 환자 1천964명을 대상으로 CT검사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반대로 위암이 많이 전이된 4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38%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기 암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워서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 내시경의 발달로 정기검진을 통해 위용종(특히 위샘종, 조기위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도 있고, 조기 위암은 내시경만으로 치료도 가능해졌다.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 따르면, 위암 조기 검진은 40세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위장 내시경 또는 위장 조영술 검사를 받게 돼 있다. 한국만큼 폭넓게 위 내시경 검사가 이뤄지는 나라도 드물다. 덕분에 한국의 조기 위암 발견율은 50%에 이른다. 40대를 넘어서면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하고, 가족력이 있다면 매년 검진도 필요하다. 위암은 1년 새 3기까지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암 전단계인 위샘종(adenoma), 적극적인 치료 필요
내시경은 암이 생길 만한 부위를 직접 화면으로 관찰하는 것. 초음파나 CT검사보다 조기 발견에 있어 훨씬 정확하다. 최근엔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위샘종을 미리 암 발생 전에 제거할 뿐 아니라 조기 암의 경우도 내시경으로 완전히 절제가 가능하다.
위용종은 위점막이 돌출돼 있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에 "위에 혹이 있습니다" "위에 용종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위용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위용종이 모두 악성(암)은 아니다. 다만 크기와 조직 모양에 따라 악성일 가능성도 있다.
위샘종은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 후 진단이 되는데 위 점막에 이형성, 즉 이상변성(종양화변화)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시형 교수는 "위샘종은 위암 전 단계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적게는 8%에서 많게는 59%까지 위암이 동반돼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위샘종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위암 발생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위용종은 대부분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병변의 크기와 위치, 침범 정도에 따라 용종절제술, 점막절제술, 점막하박리법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 모두 치료 후 출혈, 천공 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대개 입원 후 치료해야 한다.
치료기간은 대개 3~5일 정도. 절제 후 조직 검사에서 ▷미분화암이거나 ▷깊이가 깊거나 ▷혈관 또는 림프관을 침범했거나 ▷잔존 암이 있을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세강병원 김징균 원장은 "세강병원에서 지금껏 실시한 약 12만 건의 내시경 시술에서 2004년 이후 744건의 암과 5천860건의 위샘종을 발견했고, 내시경적 점막하박리술의 경우 약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암 조직이 고유근층 이상 침범한 경우 등 내시경적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복강경을 이용한 외과적 수술을 하고 있는데, 그 성공률은 95%를 넘는다"고 했다.
◆조기 위암 5년 생존율이 90% 이상
위장의 조직 구조는 크게 5개층(점막층, 점막근층, 점막하층, 고유근층, 장막층)으로 나뉜다. 조기 위암은 암이 임파선에 전이되지 않고 점막층과 점막하층까지만 침범한 경우다. 위암은 가장 안쪽면에 있는 점막층에서 발생해 점차 아래로 깊어진다. 이후 주위의 임파선을 침범하며, 결국에는 다른 장기로 전이돼 말기암 형태를 띤다. 전통적인 위암의 치료는 수술 가능한 단계(대략 1~3기)에서는 위장절제와 주변임파선절제가 주된 치료이며,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말기 위암(4기)에서는 항암요법이 주된 치료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광범 교수는 "조기 위암은 수술로 위장 및 임파선 절제를 시도했을 때 5년 생존율이 90%가 넘어 진행된 암보다 치료 성공률과 생존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조기 위암이라도 진행 정도, 분화모양, 궤양을 동반했는지, 크기 등에 따라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조기 위암은 대개 크기 2㎝ 미만 융기형 병변 또는 1㎝ 미만 함몰형 병변으로, 점막층에 국한된 암이 대상이다. 이처럼 초기에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경우, '내시경적 점막 박리술'을 통해 암덩어리를 제거할 수 있다.
◆내시경으로 암덩어리 잘라내
시술은 수면상태에서 이뤄지며 30분~2시간 이상 걸린다. 먼저 잘라낼 주변을 표시하고, 점막하층에 특수 용액을 주입해 부풀게 한다. 병변 주위를 전기칼로 잘라낸 뒤 마치 회를 뜨듯이 점막하층을 따라 얇게 조직을 떼어낸다. 떼어낸 조직은 병리조직검사실로 보내서 실제로 암이 어느 층까지 침범했고, 주변 임파선 및 혈관에 침범했는지 등을 확인해서 안전하다면 시술은 끝난다.
내시경으로 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지만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암덩어리의 완전한 제거다. 이 때문에 전신마취와 흉터, 후유증을 감수하고도 큰 수술을 통해 암 발생 조직을 남김 없이 잘라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내시경으로 암덩어리를 잘라내는 '내시경적 점막박리술'은 이미 예전부터 시행하던 시술이지만 진행된 암 세포의 완전한 제거에는 한계를 보였다.
최근 각종 장비의 개발 덕분에 암조직을 보다 완벽히 잘라내는 '내시경적 점막하박리술'도 가능해졌다. 암 조직의 아랫부분에 특수 용액을 주입한 후 내시경용 기구를 이용, 조기 암덩어리를 아래부터 잘라내는 것. 드림병원 배종석 원장은 "조기암 등 종양 절제 237건을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 또는 점막하박리술로 수술했다"며 "2, 3일 만에 퇴원할 수 있어 간편하고 비용도 절감된다"고 했다.
◆치료 후에도 꾸준한 추적내시경 필요
내시경적 위암치료법의 장점은 전통적인 수술법에 비하여 예후는 비슷하나 수술과 관련된 위험성이 낮고, 입원기간이 짧으며, 위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즉 위장 절제 후에 발생 가능한 소화불량, 빈혈, 덤핑증후군, 역류증상 등의 합병증을 피할 수가 있다. 따라서 수술의 위험성이 높은 고령환자나 간경변증, 심폐기능 이상으로 수술을 견디기 힘든 환자에서 특히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내시경적 위암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97%로 외과적 절제술과 비교하여 차이가 없다.
물론 내시경 치료에도 합병증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과 천공. 출혈은 대개 내시경 치료를 하는 도중 내시경 지혈술로 조절이 가능하다. 천공은 내시경 시술을 할 때 주로 발생하는데 대개 천공된 부위를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초기에 이런 합병증이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흡인성 폐렴, 협심증의 악화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대구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김현수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내시경적 점막박리술 수준은 세계적이며, 성공률은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다만 치료 후에도 추적내시경 검사를 2개월, 6개월, 1년 후에 받아야 한다"고 했다. 조기 위암이나 위샘종 환자의 경우, 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추적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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