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스웨덴의 義人 라울 발렌베리

독일에 오스카 쉰들러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라울 발렌베리가 있다. 그로 인해 죽음에서 벗어난 유태인은 10만여 명. 쉰들러 리스트에 오른 1만2천 명의 10배에 육박한다.

1912년 유명한 은행가 집안인 발렌베리 가문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가업(家業)인 금융업에 종사하다 헝가리 주재 스웨덴대사관 참사관으로 파견됐다. 사업차 들렀던 팔레스타인에서 나치의 유태인 학살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던 그는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헝가리 유태인 구출에 나섰다. 스웨덴 여권을 발급해 유태인을 중립국으로 피신시켰고 피난처를 마련, 유태인을 숨겨주기도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나치 간부에게 뇌물을 주기도 했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전범으로 고발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1947년 1월 유태인 문제를 논의하자는 소련의 제의를 받고 부다페스트의 소련군 사령부로 간 뒤 행방불명됐다. 소련은 그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다 스탈린 사망 후 라울이 1947년 오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라울을 미국 첩자로 오인한 KGB가 모진 고문을 가하고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독살한 사실이 소련 붕괴 후 밝혀졌다. 하지만 그가 언제 죽었는지는 여전히 미궁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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